겨울이라 그런가요?
출근길에 바라보는 하늘은 늘 잿빛입니다. 저는 아침마다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에서 내려 만리재 중턱에 있는 한겨레신문사로 터벅터벅 걸어갑니다. 하늘은 흐리고, 날은 춥고, 몸은 움츠러들고, 주변엔 해결해야 하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문제가 가득합니다.
한 공동체의 실력과 품격을 판가름할 수 있는 정확한 기준이 있습니다. 한 사회가 자신들 앞에 놓인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감한 조처를 취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요. 저는 얼마 뒤면 본격화할 ‘인구 감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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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직면할 인구 감소세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가파릅니다. 통계청이 2016년 12월 내놓은 ‘장래인구추계: 2015~2065년’ 자료를 보면, 2015년 현재 5101만 명이던 한국의 인구는 2031년 5296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65년에는 4302만 명으로 줄어듭니다.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당연히 출산율 저하입니다. 올해 합계출산율(한 명의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의 평균 수)은 역대 최저치인 1.07명으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역대 정부가 해마다 수십조원을 퍼부어 출산 장려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한국 여성들이 감내해야 하는 지금 같은 ‘헬조선’적 상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출산율은 오르지 않을 겁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일손이 부족해집니다. 한국의 생산연령인구(15~64살)는 지난해 3763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처음 하락 반전했습니다. 2020년대에 접어들면 이 수치는 해마다 30만 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보다 15년 정도 일찍 인구 감소 현상을 경험한 일본에선 이미 오래전에 일손 부족이 중요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직원이 회사에 장기 근속할 수 있도록 ‘일하기 편한 직장 만들기’ 대책을 다양하게 만들어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 조직이 오랜 시간을 들여 길러놓은 핵심 인재들이 빠져나가면 그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의 아픔이냐고요? 저도 겪어보니, 한쪽 팔이 떨어져나가는 것처럼 고통스럽습니다. 일본 기업들이 직원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재택근무’ ‘주4일 근무’ ‘단축근무’ 등 다양한 노동시간 유연화 대책을 내놓는 이유입니다.
이 대책 가운데 가장 이목을 끄는 움직임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입니다. 소중한 일손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안정된 일자리와 납득할 수 있는 보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이 대책의 정신입니다. 노동을 천시하고, 사람 귀한 것을 모르는 문화가 굳어진 한국에선 아직 머나먼 꿈나라 같은 얘기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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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표지이야기에선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서 진행 중인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움직임을 소개합니다. 김완 기자가 전하는 서른다섯 살 비정규직 노동자 김민규의 사연이 폐부를 찌릅니다. 그는 월급으로 통장에 250만원이 찍히는 게 소원이던 성실한 인간이었고, 한 집안의 장남이었습니다. 그와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 1454명의 정규직화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이들의 날선 언어들이 한 사내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시대가 변해갑니다. ‘노동 존중’은 기업과 사회가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따라야 하는 전략적 선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람이 소중합니다. 사람 귀한 줄 모르는 회사는 망합니다. 그런 사회는 병이 듭니다.
길윤형 편집장 charisma@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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