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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절독 선언

등록 2017-05-26 15:17 수정 2020-05-03 04:28

독자와의 만남은 늘 떨린다. 이번엔 특히 그랬다. 첫 질문부터 목에 걸렸다. “왜 절독 신청을 하셨나요?” 오히려 정동옥(43) 독자는 차분하고 담담했다. “(오후) 6시 이후에 통화할 수 있을까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저녁 8시, 막 퇴근한 그가 다시 전화를 받았다. 기술직에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라 했다. 대화는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그가 저녁 식사를 걸렀다는 사실이 떠올랐지만 계속 물었다. 물어야 했다. 을 접기로 한 이유를. 다시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정동옥 제공

정동옥 제공

절독 신청은 언제 했나요.

어제(5월17일)일 거예요. 그 일이 있고 나서 SNS를 계속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대응하는 모습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더군요. 그래서 결정했어요.

전 편집장의 ‘덤벼라, 문빠들’ 글 말이죠.

그게 컸죠. 일반 시민은 자신의 위치에서 (사안의) 단편만 보지만 기자는 실체를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회사에선 ‘시민들이 보는 방향에 공감하지만 더 넓게 봐서는 이게 맞다’고 설명해줬으면 좋았을 거 같아요. 그런데 시민들을 가르치려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당사자나 회사의 대응에 더 화가 났군요.

잘잘못을 떠나 (이 회사가 나와) ‘같은 지점에서 같은 곳을 바라본다’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이 부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합니다’라고 통보하는 식이었달까. 독자나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지 않고요.

그래서 절독했군요.

제가 댓글로 대응하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거잖아요. 제 마음을 가장 확실하고 곧바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어요.

‘덤벼라 문빠’ 표현도 분명 잘못됐어요.

그건 프레임이잖아요. 전 문재인 대통령을 뽑긴 했지만 ‘누구냐’가 아니라 ‘무엇을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문 대통령이 다수 국민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면 분명히 언론이 견제해야겠지만,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의) 호칭 문제 등 사소한 걸로 (독자와) 싸움이 붙었다는 게 가장 실망이었어요.

이 문재인 지지자를 어떻게 바라본다고 느끼나요.

‘문 대통령이 하는 일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지자도 여러 부류거든요. 비판하다가 지금은 좋아하는 지지자도 있고요.

어떻게 사과해야 했을까요.

사건의 전말부터 공개했어야지요. 그러면서 ‘우리가 생각할 때는 이런 부분이 잘못했다. 사과한다. 그런데 다른 생각이 있는 분들이 말씀을 주시면 검토해보고 그 부분도 고쳐나가겠다’ 이게 올바른 사과죠.

문 대통령이 등장한 표지(제1162호)는 어땠나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죠. 개인적으로 사람을 볼 때 눈과 손을 먼저 봐요. 그래서 (표지 사진에서) 눈이 조금 먼 곳을 본다는 게 썩 좋아 보이진 않더라고요. (나중에) 설명이 이해되긴 했어요. 그런데 마찬가지로 ‘우린 이런 뜻으로 했으니 당신들이 이해해줘’라고 느껴졌지만.

보도에도 논란이 있던데요.

후원도 철회했어요. 처럼 대응이 강압적이었어요.

정기구독은 언제부터 했나요.

1년 정도. 직원으로 보이는 분이 전화로 도움을 요청해서 보게 됐어요.

그동안 기사가 독자의 관심·관점과 동떨어졌다고 느꼈나요.

바쁘다는 핑계로 기사 제목만 보고 넘어갈 때가 많았어요. 탐사보도도 좋지만 심층보도도 보고 싶은데 많이 보지는 못한 거 같아요. 특정 사안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연대기도 정리해주는 기사요. 후속 보도도 계속 해주고.

다시 구독할 수도 있을까요.

머그컵이 있어요. 일반 시민들은 한쪽 면만 보지만 언론은 사방팔방에서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그림을 그려줬으면 좋겠어요. ‘이 컵은 손잡이가 달린 머그컵인데, 밑바닥이 깨져서 쓸모없다’는 식으로. 그런 기사가 많이 나오면 더 많은 사람이 구독하고 언론사도 권력을 견제할 힘을 더 갖겠죠.

마지막으로 물었다. 인터뷰에 응해준 이유를. “지금까지 국민 편에서 같이 싸워왔고 같이 싸울 거라고 믿기 때문이죠. 앞으로 지켜볼 겁니다. 나아지면 더 크게 후원할 방법을 찾고, 더 나빠지면 더 큰 손해를 줄 방법을 찾을 겁니다. 이른 시일 내 다시 독자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같은 마음이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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