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성(70·왼쪽) 독자는 단박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의 전화에 “단박인터뷰도 내공이 보통이 아니더라”며 “나는 할 수가 없다”고 완곡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설득 끝에 승낙을 받았지만 “지금은 안 된다. 질문을 주고 준비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는 2시간 뒤 진행된 전화 인터뷰에서 그 사이 예상 질문에 대해 꼼꼼히 적어놓은 메모를 읽었다. 인생의 황혼을 보내고 계신 김두성 독자는 젊은 기자들이 애처롭고, 손주들은 안쓰럽고, 자신은 부끄럽다고 했다.
원래 광주에서 를 많이 보기도 하고, 나 역시 만 20년 동안 봤다. 오피니언면에 나오는 칼럼은 밑줄 쳐가면서 읽고 남기고 싶은 문장이나 의견은 따로 기록해두기도 한다. 은 간혹 기차를 탈 때 구입해서 봤는데, 지난해 9월 초 페이스북에 안수찬 편집장이 올린 동영상을 보고 감동도 하고 애처로운 생각이 들어 바로 1년 정기구독을 했다.
<font color="#008ABD"> 애처로운 마음의 실체를 조금만 더 설명해주신다면. </font>잘못하면 이 폐간될 수도 있다고 하더라. 사람 12명으로 주간지를 매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게 감동적이기도 했지만 고생이 될 듯해 애처롭고 짠하더라. 이웃에 동영상 공유도 하고 그랬는데 도움이 됐을지는 모르겠다.
<font color="#008ABD">직접 구독하니 정말 폐간하면 안 되는 잡지가 맞다는 생각이 드시나. </font>이 책(책이라고 하셨다) 좋다. 폐간되면 안 된다. 전체를 다 읽어보지는 못하지만 한 주 정도 이슈가 된 것은 완전히 정리돼서 나오니까 이 책을 읽으면 일주일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다.
<font color="#008ABD">특별히 좋아하는 기사가 있다면. </font>목요일쯤 회사로 배달되는데 오자마자 뜯어서 맨 처음에 <font color="#C21A1A">‘만리재에서’</font>를 읽는다. 안수찬 편집장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만리재에서’를 보면 편집장의 표정을 읽을 수 있달까. 내가 상상하게 된다. 일단 ‘만리재에서’ 편집장이 그 호에 중요하게 다룬 이슈들이라고 짚은 기사들 위주로 읽는다. 발로 뛰며 고생한 기자들 노고가 고마워서라도 꼭 읽으려고 한다.
<font color="#008ABD">연세가 있으신데, 지난날을 회고할 때 후회되는 점과 뿌듯한 점을 꼽으신다면. </font>고희를 넘겼다. 직장생활 28년 하고 인생 2막이라고 해야 하나, 17년째 전남 곡성에서 조그만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최근 어떤 그룹 회장이 ‘반성은 하되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한 말이 많이 와닿았다. 오랜 직장생활 중에 잘한 일보다는 잘못된 일이 더 많이 생각나지만 그래도 그게 밑거름이 돼서 다른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되지 않았겠나 싶다. 뿌듯한 점은, 자랑일지 모르겠지만 2녀1남을 일찍 분가를 시켜서 손주들이 초등학교도 다니고 예쁘게 자라주는 게 좋다.
<font color="#008ABD">교육 문제에 관심이 생기실 것 같다. </font>손주들을 보면 자유롭지가 않다. 유치원만 가도 학원에 다니고, 초등학교 다니면서도 과외하고, 선행학습을 한다. 그게 결국 좋은 대학 가서 좋은 직장 얻자고 하는 건데,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좋은 대학이 아무 의미가 없지 않겠나. 어느 학과를 나왔느냐가 더 중요하지. 수학, 과학, 영어 잘해서 애들이 잘될 것 같지 않다. 그런데도 영어, 수학을 하고 있으니 안쓰러울 때가 많다.
<font color="#008ABD">요즘 시국에 대해서도 감회가 있으실 것 같다. </font>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집호를 냈는데 그걸 보면서 정말 얼굴이 붉어졌다. 어린 손자, 손녀들 보기가 민망하고 부끄럽다. 우리나라 지도층, 특히 나이 먹은 사람들이 형편없다. 거짓말하고, 들러리 서고. 김기춘은 말할 것도 없고, 요즘 서청원이나 인명진이 하는 것도 그렇고. 모두 70 넘은 사람들인데, 그들이 하는 일이란 게 참…. 지금 벌어지는 일들 모두 우리 세대 책임이다. 젊은 사람들 책임이 아니다. 우리 세대가 크게 발전시켜서 잘 만들어놓은 나라를 다른 한쪽에서 이렇게 만들어버린 게 억울하다.
<font color="#008ABD">올해 대선이 있는데 기준이 있으신지. </font>거짓말 안 하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차기 대통령은.
<font color="#008ABD">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font>
‘만리재에서’를 보면 편집장이 다짐하는 게 참 많다. 세월호 보도도 끝까지 하겠다 했고 일일이 기억은 못하지만 꼭 하겠다는 게 있다. 그 약속을 꼭 지켰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겨레신문사에서 하는 테마여행으로 인도랑 쿠바를 다녀왔는데 정말 좋았다. 후기를 쓰고 싶은데 그런 걸 에서 받아서 실으면 한겨레 사업도 홍보되고 구독자 모집에도 좋을 것 같은데.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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