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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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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워도 괜찮아

등록 2016-12-22 18:00 수정 2020-05-03 04:28

“잠은 자요?”
대뜸 기자의 수면 시간부터 걱정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기자들이 잠도 못 잘 것 같아서요.” 순간, 지난 며칠간의 숙면을 반성했다. “에이, 잘 자면 좋죠”라며 이지훤(35) 독자는 시원하게 이해해줬다. 다른 사람 처지에 공감하고 위로할 줄 아는 그는 11년차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흥산초등학교 3학년1반에서 8명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선생님 10명이 전교생 37명과 생활하는 아기자기한 학교다. 금요일인 12월16일 오후 선생님들이 모두 모여 올해 진행한 교육 활동, 운동회, 동아리 활동, 외부 강사를 평가했다. 내년에 아이들과 더 잘 놀고 공부하기 위한 ‘교육과정 협의회’ 회의였다.

이지훤 제공

이지훤 제공

아이들에게 행복한 학교다. 행복해한다.

지금도 2~6학년 남자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축구하고 있다. 졸업한 중학생도 왔더라. 아이들은 서로 부대끼는 게 좋은데 수가 적어서 조금 그렇다. 그래도 전교생이 함께 생활하니까 괜찮다.

서울은 엄청 추운데 제주는 따뜻한가.

여기는 햇빛이 난다. 서귀포는 따뜻하다. 출근할 때 제주시에는 눈이 오고 있었는데 서귀포시는 벌써 다 녹아 있었다.

교사 생활에 만족하나.

무척 만족한다. 애들 가르치는 일이 내 성격과 맞는다. 혁신교육을 꿈꾸는데 마침 내년부터 우리 학교가 혁신학교가 된다.

고민은 없나.

개인적으로 숙제 없애는 부분. 숙제와 일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을 붙잡아서 (억지로) 그걸 시키는 게 좀 그렇다. 물론 지금이라도 담임 마음대로 숙제를 없앨 수는 있다. 그런데 이게 결국 수업 문제다. 수업 시간 안에 아이들이 모든 걸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나는 판만 짜고 아이들끼리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고민이다.

좋은 선생님이다. 은 언제부터 봤나.

2012년 대선 즈음부터 봤으니 4년째다. 지금은 (3년차) 장기 독자다. (웃음)

최근 기억에 남는 기사는.

음, 요새는 잘 안 읽었다. 글이 어려울 때도 있고 시간이 안 날 때도 있다.

최근 기사가 아니어도 괜찮다.

오래전 ‘중국 관광객의 제주 겉핥기’(제971호)가 아주 좋았다. 중국 관광객이 밀려와도 도민들한테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처음 알았다.

3년 전에 내가 쓴 기사다.

그런가. (웃음) 제주 기사라 그렇다. 참, 여름 합본호 ‘살암시믄 살암지매’(제1123~1124호)도 있다. 제주 4·3사건 때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버티라’는 위로의 의미로 “살암시믄 살아진다게”(살다보면 살아갈 수 있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부족한 점은.

기사들이 어렵다. 많은 정보와 취재 내용을 연결하다보니 ‘이건 이거다’라는 게 딱 안 보인다. 스스로 이해하고 따지고 분석해야 한다.

제주의 촛불 분위기는 어땠나.

좋았다. (갈수록) 사람이 계속 늘었다. 나도 몇 번 갔는데 발 디딜 틈 없고 앉을 곳도 없어서 돌아왔다.

앞으로 뭘 해야 할까.

박근혜 구속. 즉각 하야하든 헌법재판소 심판까지 다 받든, 어쨌든 박근혜가 내려오면 바로 구속.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어떻게 보나.

황교안도 구속해야 한다. 공범이다.

앞으로 보고 싶은 기사가 있나. 대선 주자 분석을 해주면 좋겠다. 심리 분석이든 정책 분석이든. 다음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방해가 많을 수밖에 없다. 저쪽(보수)에서 다 죽게 생겼으니까. 그래서 (방해에도) 밀고 갈 사람이 필요하다. 필요하면 저쪽과 싸워도 괜찮다.

눈여겨보는 후보가 있나.

이재명 성남시장. 예전부터 주목하고 있었다. 내가 트위터를 하다보니 이 시장은 그래도 말이 왔다갔다 하지 않더라. 계속 같은 기조였다. 그게 탄핵 정국과 맞아떨어져서 지지율이 확 올랐다. 잘됐으면 좋겠다. 참, 문재인 후보도 괜찮다.

2학기도 끝나간다. 3학년1반 아이들에게 한마디.

3학년 애들이 을 보겠나. (웃음)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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