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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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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듯이

등록 2016-09-27 21:39 수정 2020-05-03 04:28

“안수찬 편집장으로 바뀌고 나서… 기사에 좀더 이입돼 읽고 있습니다.” 독자에게 전화를 ‘드리는’ 것은 취재원에게 전화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긴장감을 준다. 지난 설 퀴즈큰잔치 응모엽서 아랫단에 편집장을 콕 집어 가장 최근의 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예상철(28) 독자에게 금요일 오후 연락했다. 그의 애정은 뿌리가 깊었다. 그의 사정상 인터뷰는 전자우편으로 이뤄졌다.

예상철 제공

예상철 제공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현재 정보기술(IT) 중소기업에서 정부·지자체·기업 등을 대상으로 언론 스크랩과 보도 통계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을 언제 처음 접했나.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훈련소를 막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은 뒤인 것 같은데, 정훈실 병사로 복무하면서 도서관 일도 병행할 때 처음 표지를 봤다. 많고 많던 주간지와 월간지 사이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다룬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검은색 테두리에 흰 바탕, 손을 흔들고 있던 모습이 기억난다. 임팩트가 강렬했다. 무슨 내용이기에 표지가 저렇게 어두울까 생각하며 갓 들어온 이등병 신분이지만(일병까지 책을 읽을 수 없는 관행이 있었다) 목숨 걸고 몰래 읽었다. 이후 상병이 되기까지 일주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아무도 모르게 밀실로 들어가 탐독했다.

밀실이라면?

군대 생활관에 옷을 다림질하고 수선하는 수선실이 있는데, 내무실에서 약간 떨어져 있고 거의 사람이 없다. 주말에 고참들이 다 빠지고 사무실 청소를 할 때 탕비실 구석으로 가서 읽기도 했다.

이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나.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처음에는 기획이나 사회면을 주로 읽었다. 정치는 사람 이름도 모르고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해하기 어려워 읽지 않다가 ‘나꼼수’ 팟캐스트를 시작할 때 읽기 시작했다.

정기구독이 아니라 개별구독을 하는 이유는.

대학생 때 정기구독 1년을 했었다. 계약이 끝나고 입금(?)하지 않아 해지됐고 이후로는 필요할 때 사서 보곤 했다. 가판에 주간지가 쭉 나열돼 있을 때 표지를 보고 대표 기사를 본 뒤 매체를 선택한다.

이 선택되는 빈도는.

요즘은 을 고른 뒤 다른 주간지를 잡는다. 전공이 사진이라 다른 주간지에 견줘 사진 구성이 좋다고 느낀다. 그래서 고르는 면도 있다.

안수찬 편집장으로 바뀌고 나서 기사가 좋아졌다고.

중요하게 보는 건 기사보다 편집장의 글이다. 편집장의 글이 신문 사설처럼 매체의 성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수찬 기자는 이미 책으로 기사 스타일을 알고 있었다. 그런 것도 있지만, 아마 내 생일인 2015년 5월4일(하하) 발행한 호에서 ‘가난의 경로’라는 표지이야기를 봤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기사를 읽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그때 그랬다. 은 마치 영상을 보듯,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아서 좋다. 세월호 기사도 마찬가지다.

이상하다, 그만 봐야겠다 한 적은 없나.

없다. 언론의 중심을 계속 지켜달라.

20대 끝자락에 서 있는데, 최근의 고민이나 그와 관련해 에서 보고 싶은 기사가 있나.

‘나가라 일터로! 나에겐 빚이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 직장 스트레스, 점점 가벼워지는 지갑, 결국 자신감 박탈…. 일반 직장인들과 크게 고민이 다르진 않다. 진부하지만 진지한 고민의 연속이다. 생각할수록 부정적 생각만 들어서 작은 행복을 느끼려 노력하며 산다. ‘헬조선’ 기사가 많은데, 혹시 이민 가면 정말 잘살 수 있나, 지금보다 더 나아질까 이런 생각도 든다. 한국 생활에 지쳐 이민 간 사람들의 기사를 보고 싶기도 하다. 정말 좋은가 의문이 들기도 하고.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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