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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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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로 운동하기

등록 2016-09-11 08:48 수정 2020-05-02 19:28

이건 도발인가, 반어법인가. 지난 설 퀴즈큰잔치 응모엽서 아랫단에 적은 단 두 문장. “문제가 쉬워서 금방 풀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아주 어렵게 내주세요.ㅎㅎ” 9월8일 오전 11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경기도 성남에 사는 정경(42) 독자가 받았다. “도발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그와 나눈 30분 통화의 알맹이만 추렸다.

정경 제공

정경 제공

멘사퀴즈 부활을 요구하는 취지였나.

그건 별로 바라지 않는다. 멘사퀴즈는 너무 어렵다. (웃음)

퀴즈큰잔치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당첨 가액을 낮추고 혜택이 더 여러 사람들에게 돌아가도록 설계하면 어떨까.

(그는 설 퀴즈를 모두 맞혔다.) 시사·어문 상식 섭렵 비법은 뭔가.

특별한 건 없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고, 잡지를 본다. 을 구독하고 을 필요에 따라 구입해 본다.

구독은 언제부터 했나.

2012년 봄으로 기억한다. 마흔 가까이 되니까 밖에 나가서 행동하긴 어려워도 세상 소식은 들어야 했다. 믿을 만한 언론사는 라고 생각했고 신문은 들고 읽기가 부담스러워서 주간지 을 택했다.

기억에 남은 기사는.

근래엔 이주노동자 인권을 다룬 ‘눈물의 밥상’ 시리즈가 기억에 남는다.

다뤄줬으면 하는 주제는.

경제 심층 보도. 거시경제보다는 일반 독자들이 100만원, 1천만원, 1억원으로 자산을 잘 운용하는 방법과 같이 생활밀착형 경제 기사를 써주면 좋겠다.

보통 잡지를 어디서 어떻게 읽나.

요즘엔 그냥 첫 페이지부터 수도하는 마음으로 정독한다. 40대 들어, 체형이 이티(ET)처럼 변해가는 걸 깨닫고는 팔굽혀펴기 50회 하고 기사 한 꼭지 읽고, 윗몸일으키기 50회 하고 또 한 꼭지 읽는다. 평일과 주말 이틀 동안 틈틈이 그렇게 읽으면 운동하면서 다 읽을 수 있다. 운동할 시간 없는 회사원의 잡지 읽기 방법이다.

어떤 일을 하나.

전자부품 업체에서 고객서비스 관리를 한다.

직장에서의 고민은.

이제 40대 초반인데, 고용 불안이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남들이 평가를 C 받을 때 A나 B를 받으면 한해 한해 잘 넘어갈 순 있지만, 바짓가랑이부터 물이 슬슬 젖어 올라오는 것처럼 위기감을 일상적으로 느끼고 있다.

슬하에 자녀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있다.

아들이 어떻게 자랐으면 하나.

세 가지 정도로 말할 수 있다. 공부 잘하는 아이보단 인성 바른 아이. 남한테 피해 안 끼치고 스스로 생존 능력을 갖춘 아이. 다양한 상황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문제를 잘 해결하는 아이.

공부 잘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겠다.

아들은 요즘 게임과 야구에 빠져 있다. (웃음)

이 얼마 전부터 연재하는 ‘고래가 그랬어’ 꼭지를 아들과 같이 읽기를 권한다.

한번 같이 보겠다. 내가 을 보고 있으면 아들이 ‘재밌냐’고 묻는다. 그러면 내가 “은 내 마음의 양식이고, 유일한 지적 욕구 해결 수단”이라고 말한다. 아들은 아직 잡지를 즐겨볼 단계는 아닌 것 같지만 내가 뭔가 읽는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은 잘 해나가는 것 같다. 내우외환 없이 발전할 수는 없다. 정론지의 길을 지켜나간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외부의 조건에 굴하지 않고 떳떳하게 가고 있는 길을 가면 좋겠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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