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성과 함께 독자 강숙희(31·사진)씨는 “만날 기사로만 봤는데, 안녕하세요”라고 반갑게 인사했다. “절 아세요?” 나는 우둔하게 되물었다. 너그러운 독자는 깔깔 웃으며 답했다. “그럼요, 사진도 봤는데 상상한 것보다 목소리가 밝아요.” 강씨는 ‘만리재에서’부터 ‘노 땡큐!’까지 정독하며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로 본다”고 했다. “지난해 여름 원치 않는 백수가 돼 잠시 포기했지만” 새 직장을 얻고는 “잊지 않고” 돌아왔다. 15년 전 나도 그처럼 의 열혈 독자였다. 만약 그때 신윤동욱 기자가 나를 단박인터뷰 했다면 강씨보다 더 크게, 더 높게 환호성을 질렀으리라.
바리스타를 언제부터 했나.
5년째다. 제과업계에서 빵과 커피를 만들다가 커피가 더 재밌어서 전업했다. 힘이 들지만 재밌다. “맛있다” “고맙다”는 고객의 한마디에 행복해진다.
어떤 게 힘든가.바리스타라고 하면 드라마 처럼 우아하게 커피를 내리고 손님과 담소를 나눌 것처럼 생각하지만 쓰레기 치우는 것부터 이것저것 잡일이 많다.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일하면 출퇴근도 힘들고 육체적으로 버겁다. ‘내가 왜 힘든 일을 선택했을까’ 생각할 때쯤 을 구독하게 됐다. 그곳에서 더 힘들게 일하지만 힘들다고 불평하지 않는 사람을 많이 만났고 그 덕분에 버텼다. 빈말이 아니다.
강씨는 한가위 퀴즈큰잔치에 이런 에피소드를 적었다. “며칠 전 손님이 오신 줄도 모르고 멍~하게 을 읽는데 노신사분이 한참 뒤에 부르면서 커피를 주문하셨어요. ‘정치적 성향을 떠나 젊은 사람이 잡지를 읽는 모습이 좋네요’ 하십니다.”
손님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나.사람을 좋아한다. 매일 오는 손님은 얼굴 표정만 봐도 기분을 알 수 있다. 평소보다 어두우면 “무슨 일 있으세요”라고 말을 건넨다. 그러면 기분을 알아줘 감사하다고 한다. 예전에 일터를 옮길 때 한분 한분 인사했더니 “기억해줘서 고마웠다”고 하더라. 눈물이 나려고 했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그냥 묻힐 현장을 기꺼이 찾아내는 노고에 감사한다. 무던하게 넘겼던 사회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며 반성하게 된다. 밀양 송전탑이 그랬고, 세월호 참사가 그랬다. 잊지 않고 보도해줘서 고맙다. 가슴이 너무 아파 다 읽지 못할 때도 모아뒀다 읽는다. 이런 마음을 가진 독자가 알게 모르게 많다.
인터뷰가 끝나고 강씨는 직접 내린 카페모카와 카페라테를 사진으로 보내왔다. “오늘(11월6일)은 부모님의 33주년 결혼기념일입니다. 매일 고객들을 위해 커피를 만들었지만 10년 가까이 부모님을 위해 만든 적은 없었습니다. 덕분에 정성껏 만들어보았습니다.” 그의 커피는 따뜻하고 달콤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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