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씻고 다시 봤다. 대구의 한 학원에서 논술 강사로 일하는 최규식(53)씨가 보내온 퀴즈큰잔치 엽서에 적힌 글을 읽고서다. ‘ 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연락 주세요.’ 꼭 한번 그 광경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인터뷰 내내 빼곡하게 쌓인 애정이 느껴졌다.
신문은 다락방에 다 채워넣었고, 과 은 책장에 쫙 꽂아놓고 넘치는 것은 책장 위에 쌓아두고 있다.
한겨레와의 첫 만남이 어땠길래?창간운동을 할 때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당시 실업자라 주주로 참여하지는 못했다. 독자로라도 참가하자 싶었다. 주변에도 많이 권했다. 하지만 대구라는 지역이 좀 그렇다. 외톨이 신세다. 지금도 그런 분위기는 여전하다.
논술 강사를 하게 된 이유는 뭔가.수능 언어영역도 함께 가르쳤었다. 그런데 언어영역은 가르칠 때 교과서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논술은 그렇지 않다. 학생들과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데 제일 적합한 과목이다. 온갖 세상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이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젊은 학생들과의 소통이 즐거운가보다.학교나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은 지금 뿔뿔이 흩어지고,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니까 젊은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는 게 편하고 즐겁다. 그들 아버지 세대와 달리 생각도 많이 깨어 있는 편이고.
최근에 읽고서 반가웠던 기사는 무엇이었나.주간 고공21을 다시 시작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일반 신문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 내용이 아닌가. 그 기사를 학생들에게 보여주면 이런 세상이 있느냐고 놀라는 친구가 많다.
1년 동안 을 지켜보셨다. 앞으로 어땠으면 하나.두 가지 바람이 있는데 동시에 이룰 수 없는 것이라…. 내가 보기엔 이 연성화된 것 같다. 좀더 왼쪽으로 강하게 나갔으면 싶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이자면 또 그게 안 통하니까. 실은 젊은 친구들에게 을 읽어보라면 논술 등 시험에 필요하니까 보지 즐거워서 보는 친구는 없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충격은 있는데 재미는 없다고 한다.
인터뷰를 꼭 싣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사진은 함께 싣지 못할 사정이 생겼다. 최규식씨는 스마트폰도 쓰지 않고, 전자우편도 쓰지 않는단다. 그래서 그득하게 쌓인 사진으로 대신한다. 언젠가는 꼭 그의 책장을 직접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윤 대통령, 헌재에 ‘탄핵 절차’ 문제 제기…첫 답변서 제출
[속보] 공수처,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중지…5시간 대치 끝 철수
[속보] 경찰 “경호처장·차장 특수공무집행방해 입건…내일 출석 요구”
[속보] 군 경비 뚫은 공수처, 관저 건물 앞 경호처와 3시간째 대치
“대통령 지시다, 도끼로 문 부수고 끄집어내”…그날의 메모 공개
윤석열 쪽 “1급 기밀구역에 경찰기동대 투입… 엄중 경고”
[단독] 서울서부지법,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이의신청’ 검토 착수
시민단체, ‘공조본 수색 불허’ 박종준 경호처장 고발…“제 2의 내란”
윤 체포 중단에 지지자들 “아멘”…행인 붙들고 ‘이재명 욕’ 강요도
윤석열의 ‘철통’ 액막이…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