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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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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들쑤셔주세요

등록 2015-03-28 16:30 수정 2020-05-03 04:27

부산에서 건축자재업에 종사하는 김라영(30)씨는 고등학교 졸업 무렵 을 처음 봤다. 무척 충격적이었다. 항상 접했던 ‘교과서와 같은’ 내용이 아니었다. 그 뒤 열혈 독자가 됐다. 대학생일 땐 학교 가는 지하철에서 읽었고, 졸업 뒤엔 주말 2~3시간을 정해놓고 본다. 그는 ‘독자 단박인터뷰’ 코너도 재밌게 보고 있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 을 볼까 궁금했기 때문이라고. 정작 그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김라영 제공

김라영 제공

최근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나. 종편 패널들에 대한 얘기(제1051호 표지이야기), 굉장히 와닿았다. 어른들은 텔레비전에 아나운서랑 같이 나오니까 종편 패널들이 정제된 사실을 얘기할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엔 패널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게 나뿐인가 했다. (다행히) 기사를 보고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어른들은 왜 즐겨 볼까. 드라마도 평범한 드라마보다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 더 보잖나. 종편 패널들이 보통 뉴스에 안 나오는 거칠고 험한 말을 하니까 어른들은 그게 더 솔직하고 재밌는 뉴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에 아쉬운 점은. 주간지를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장기적인 시선으로 다루는 기획 기사가 좋아서다. 한두 달에 걸쳐서 나오는 그런 기사. 사실 세월호 참사를 좀더 길게 다룰 줄 알았다.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는 느낌? 책임져야 할 사람은 빨리 잊고 기억을 지우길 바라겠지만, 그 기억을 들쑤셔내는 게 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잊으려고 해도, ‘아 맞다, 이런 일이 계속 있었지’ 생각하도록 하는 역할. 좀더 끈질기게 물어뜯었으면 한다.

더 다뤄줬으면 하는 주제가 있나.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그 이후 이야기를 한 번 더 다뤄줬으면 한다.

실례지만 나이 서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이 사회에서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서른을 맞는 게 쉽지 않다. 어른들은 걱정하기 시작한다. 10대도 20대도 불안했고, 여전히 인생은 계속 불안하다. 서른은 그 끊임없는 불안함을 인정하고 어떻게 중심을 잡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나이인 거 같다.

올해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건설 경기가 안 좋아서 사업이 호황이 아니다. 올해 경기가 살아나고 사업이 잘되면 좋겠다. 하지만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서 나는 잘되고 그 누군가는 힘들어하는 방향은 아니었으면 한다.

문제의식이 많다. (웃음) 을 10년 넘게 봤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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