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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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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마세요!

등록 2015-02-08 12:27 수정 2020-05-03 04:27

구독을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중학교 영어교사 윤유리(35)씨. 을 언제까지 볼 거냐고 농담 반 진담 반 묻는 보수적 남편 때문이란다. 지난해 한가위 퀴즈큰잔치 때도 “선물을 받으면 남편의 마음이 조금은 달라질까요?”라고 엽서에 썼다. 구독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윤유리씨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선물받고 남편의 마음이 좀 달라졌는가.

=선물받고 좋아했다. 홍초를 받았는데 시어머니께 갖다드렸다. 시어머니께 출처는 못 밝혔다. (웃음) 그런데 남편 생각은 여전히 안 바뀐 거 같다.

-보수적인 남편 때문에 구독하는 게 힘들지 않나.

=(웃음) 다음달 갱신을 해야 하는데. 남편이 언제 정기구독이 끝나는지 잘 모른다. 숨기고 있다. 3월부터 학교로 돌려서 받을 수도 있다.

-남편에게 추천한 적 없나.

=남편이 책 읽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 대구에서만 살던 사람이라서 생각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처음에는 많이 얘기했는데 지금은 포기한 상태다.

-사고방식이 달라 연애할 때나 결혼할 때 힘들지 않았는지.

=연애할 때도 보수적인 줄은 알았다. 결혼해서는 더 심해진 것 같다. 지금은 뉴스를 보며 말싸움을 할 것 같으면 서로 ‘그래, 네가 맞다’ 이렇게 따로따로 생각하고 있다.

-은 언제부터 구독했나.

=아버지가 주주시다. 어릴 때부터 를 봤다. 고등학교 때는 영화감독이 꿈이어서 을 구독했다. 직장을 다니면서는 내 이름으로 보게 됐다.

-남편을 설득하려면 어떤 기사를 써야 할까.

=비정규직 등 그런 얘기를 하면 남편과 항상 싸운다. 나는 사회구조적 문제라 말하고, 남편은 개인의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말한다. 사회구조적 원인을 들 때 통계 같은 과학적 근거가 있으면 남편이 그나마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계속 구독할 건가.

=한때 볼까 말까 고민했다. 그런데 대구로 내려와 보수적인 사람들 사이에 있다보니 위기감이 느껴졌다. 내가 그쪽으로 갈 것 같은 느낌. 그래서 계속 읽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강예슬 인턴기자 milklef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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