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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자, 벌레와!

등록 2014-10-07 14:27 수정 2020-05-03 04:27
박정도 제공

박정도 제공

인간은 지구를 지배하려 하고 다른 생명체를 소유물로 가지려고 한다. 생각할 줄 알고 도구를 쓸 줄 안다는 이유로 강자인 것처럼 특권을 누리려고 한다. 인간의 그런 욕망으로 인해 식물, 동물, 곤충 등 일부 생명체는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인간 자신에게 이익을 주거나 건강에 이득을 주는 것은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며 쟁취하려고 한다.

이처럼 탐욕스러운 인간이 많은 세상에서 내가 할 일은 생명체를 소중히 여기고 함부로 짓밟지 않는 것이다. 땅 위를 기어다니는 개미 한 마리라도 귀하게 여기고 길바닥에 나 있는 잡초 한 포기라도 애틋하게 여기며 산다. 생명체는 모두 소중하고 저마다의 가치를 지녔으니 말이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생태공원으로 나들이를 갔는데 벌레의 집을 만들어주는 체험행사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가족과 같이 약간의 체험 비용을 부담해 벌레의 집을 두 개 만들어 나무에 달았다. 인간 때문에 고통받고 목숨을 지탱하기 어려운 벌레들이 좀더 안락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성스레 만들었다. 우리 가족의 정성에 감동해 벌레가 인공의 집이지만 보금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믿는다.

모기, 파리, 바퀴벌레 등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벌레는 인간을 겸손하게 만든다. 머리가 좋아도 해충과의 싸움엔 연전연패다. 과학기술 문명이 발전해도 해충을 퇴치하기엔 역부족이다. 너무 으스대지 말고 자연에 순응하며 겸손하게 살아갈 일이다. 해충을 대하며 근신하라는 신의 뜻이다.

곡식이나 채소, 과일을 재배하더라도 너무 농약을 뿌리지 말고 벌레에게도 한몫 주자. 시장에서 살 때도 깨끗한 것만 찾지 말고 벌레가 갉아먹은 것도 구입하자. 벌레가 먹은 것이 되레 안전하다. 농약을 덜 쳤으니 말이다. 소비자가 자꾸 깨끗한 것만 찾으니 농부는 농약을 마구 뿌려댄다. 그 농약이 결국 인간에게 돌아와 목숨을 단축시킨다.

집 밖으로 나가면 갖가지 벌레가 눈앞을 스친다. 잠자리, 하루살이, 나비, 벌, 파리 등 해충과 익충이 마구 덤빈다. 눈살을 찌푸리며 벌레를 쫓으려 하기보다는 벌레와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벌레가 멸종하면 사람도 살아가기 어렵다. 벌레와의 공생만이 인류가 번창하는 길임을 자각할 때다.

박정도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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