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화법은 문제적이다. 첫째, 광고 카피를 연상시킨다. ‘녹색성장’ 담론이 대표적이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변종인 ‘4대강 하천정비사업’을 ‘강 살리기’라 하고, 고위험 원자력발전을 ‘녹색에너지’라 부른다. 언술과 사실이 겉돈다. 둘째, 불통의 언어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지금은 반대하지만 해놓으면 다 좋아할 것” 따위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16일 “4대강(사업)을 갖고 이러쿵저러쿵하시는 분도 많지만 금년 가을 완공된 모습을 보게 되면 모두가 수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날 4대강 사업 낙동강 낙단보 공사장에서 노동자 2명이 무너져내린 콘크리트 더미에 묻혀 숨졌다. 이 대통령은 과정이 아닌 ‘결과’만을 강조하는데, ‘과정의 정치’는 현대민주주의의 요체다.
대통령은 ‘어린 백성을 어엿비 여기는 왕’이 아니다. 헌법 제1조가 강조한 대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이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로 선출’(헌법 67조 1항)한 대리자일 뿐이다. 대통령이 자신을 ‘어린 백성’에게 은혜를 베풀어야 할 왕으로 여기는 순간, 민주주의는 가뭇없이 사라진다. 민주주의 원리에 충실하자면, 대통령은 주권자의 다수가 반대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강 살리기’라 주장하는 4대강 사업 반대 여론은 꾸준하게 70~80%를 오간다.
그래도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에 간절하다. 그 간절함은 ‘강 살리기’가 아닌, 토건경제의 연명과 ‘지역분할 토건정치’를 향한다. 4대강 사업 예산의 60% 남짓은 한나라당이 텃밭이라 여기는 영남권의 낙동강 수계에 투입된다. 4월30일 시행될 ‘친수구역특별법’은 4대강 사업의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친수구역은 ‘하천구역 양쪽 경계로부터 2km 내 지역을 50% 이상 포함하는 지역’인데, 국토의 23.5%인 2만4천㎢에 이른다. 여기에 주거·상업·산업·문화·관광·레저시설 등 대단위 개발을 하겠단다. 친수구역 예정지의 땅값은 벌써 들썩이고 있다. 온 산천의 토목공사장화와 투기장화, 온 국민의 투기꾼화를 부추기는 ‘토건국가의 극단화’다.
이런 반생태적 막개발의 개발이익조차 장삼이사가 누릴 가능성은 없다. 정부 자료를 보면, 2006년 말 기준 토지 소유자의 상위 1%(50만 명)가 민유지의 57%, 상위 10%(500만여 명)가 98.4%를 소유하고 있다. 변창흠·안규오의 연구에 따르면, 1998~2007년 발생한 토지불로소득은 2002조원인데 조세·부담금으로 환수한 건 116조원(5.8%)뿐이다. 토지불로소득의 94% 남짓을 소수의 땅부자들이 챙겼다. 반면에 국가 채무는 2007년 297억원에서 2009년 366억원으로, 정부 지정 27개 공기업 부채는 2007년 156조5천억원에서 2010년 271조9511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4대강 사업비 8조원을 떠안은 한국수자원공사는 부채가 2009년 2조9956억원에서 2010년 7조9607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를 내세워 4대강 사업을 홍보하지만 개발된 친수구역에 살 수 있는 이는 엄마나 누나가 아니다. 극소수 땅부자들이다. 그러나 개발 부담은 장삼이사들이 짊어져야 한다. ‘토건국가의 덫’에서 벗어나야 한국 사회의 민주적 개혁의 길이 열린다.
이 대통령은 강을 ‘물길’ ‘물그릇’이라 부르며 직강화·콘크리트화·댐건설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물이 강의 전부는 아니다. 강은 강물과 강바닥, 강 주변이 어우러진 생태계다. 산과 바다를 잇는 생명의 젓줄이다. 산·강·바다는 연속체다. 인류는 강가에서 문명을 일궜다. 강이 죽으면 우리 삶도 없다. ‘토건 삽파’(삽질경제파)의 ‘강죽이기’를 (특히 도시 사람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해서는 곤란한 까닭이다.
한겨레21 편집장 이제훈 nomad@hani.co.kr
*참고 문헌: (홍성태·현실문화), (김정욱·느린걸음), (최병성· 황소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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