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을 읽자마자 이런 생각이 듭니다. “탄산이 있고 없고의 차이네.” 그리고 2초 뒤, 이런 생각도 드네요. “마개를 손으로 돌려 따는 병맥주도 있고 플라스틱 마개가 달린 페트병 맥주도 있는데, 탄산만이 문제가 아닌가?” 병따개가 필요한 마개가 아니더라도 탄산을 가둘 수 있는 다른 병마개가 있는데도, 왜 모든 탄산 음료수와 주류에 ‘트위스트 캡’(돌려서 여는 마개)을 쓰지 않는 걸까요?
병마개 제조업체인 삼화왕관에 문의했습니다. 영업부 나종민 차장의 설명입니다. 맥주병이나 콜라병의 입구를 막고 있는 병마개는 톱니 모양이 왕관과 비슷하다고 해서 흔히 ‘왕관뚜껑’이라고 부른답니다. 탄산처럼 내압이 생기는 음료의 밀봉을 위해 발명된 금속 마개입니다. 병따개가 필요한 왕관뚜껑은 영국인 윌리엄 페인터가 1892년에 맥주병에서 탄산가스가 빠져나가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제품인데요. 병에 다른 내용물을 담아 ‘재활용’하지 못하도록 딱 한 번만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게 특징입니다. 왕관뚜껑의 톱니 수는 전세계 어디든 똑같습니다. 세계 규격에 따라 정확히 21개입니다. 톱니가 이보다 적으면 병을 흔들 때 가스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뚜껑이 열릴 수 있다고 합니다. 맥주나 콜라처럼 탄산이 든 주류나 음료는 모두 이런 왕관뚜껑을 선호합니다.
그렇다면 트위스트 캡을 쓰는 맥주는 뭘까요? 탄산도 지키면서 편리성을 높여 개발된 마개입니다. 왕관뚜껑과 성분은 똑같고 단지 손으로 돌려 딸 수 있도록 개발된 제품입니다. 클럽, 야외 등에서 병째 들고 마실 때 편리하도록 개발됐습니다. 일반 맥주보다 고가인 프리미엄 맥주류가 주로 이 마개를 사용합니다. 모든 병맥주에 트위스트 캡을 쓸 수 있지만 안 쓰는 건 왕관뚜껑보다 단가가 높기 때문인데요. 제조 원가가 많이 들면 상품 가격도 당연히 오르겠죠. 병따개가 없는 집이 거의 없다 보니 왕관뚜껑을 쓰는 저가의 병맥주나 병음료수가 사라지지 않는 거랍니다.
그럼 플라스틱 트위스트 캡을 사용하는 페트병 맥주는 어떨까요? 페트병 맥주는 대용량을 가볍고 편리하게 즐기기 위해 개발된 제품입니다. 플라스틱이어도 탄산을 지킬 수 있게 설계된 마개엔 병내 산소를 흡수하는 산소호흡 기능이 있습니다. 그러나 페트병은 재질상 병보다 시원한 느낌이 덜 들어 병마개가 탄산을 지키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죠.
탄산을 지킬 필요가 없는 소주나 건강음료는 알루미늄 트위스트 캡을 사용합니다. 이 마개도 내용물의 교환 및 위조를 막고, 녹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탁월합니다.
병따개로 따든, 손으로 돌려 따든 뚜껑은 탄산을 지키는 데 차이가 없습니다. 단지 제품 단가와 마케팅 문제 때문에 두 방식이 공유될 뿐입니다. 편리성이 커지면 그만큼 값어치를 더 치러야 한다는 게 세상의 이치임을 병마개에서도 배우게 되네요.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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