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기념사진은 정해진 곳에서? 한겨레 자료
→ 물음표를 두 개씩이나 내단 독자님의 질문을 정리하면, 등정 성공 여부는 어떻게 공인받느냐, 봉우리 높이는 어떻게 재느냐 입니다.
최근 산악인 오은선(44)씨의 안나푸르나를 마지막으로 히말라야 14좌 등정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크게 전해졌습니다. 논란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칸첸중가(8586m·히말라야 제3봉)를 올랐는지가 불명확하다며 여러 전문가들이 따졌기 때문입니다.
시사도 놓치지 않는 ‘뭐무러’(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수준을 봅니다. 답은 언제나 질문 주변에 있습니다. ‘오은선씨 논란’ 기사로 비슷한 의문을 담았던 언론을 통해 첫번째 질문의 실마리부터 잡아봅니다. 기사들 제목은 이렇습니다. “칸첸중가 등반 의혹…산은 알고 있다” 한 언론은 “‘칸첸중가 진실’ 산소통은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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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산이 알고, 산소통이 압니다. 인증은 보고 아는 자가 증언해주면 간단히 정리될 일입니다. 그런데 산도 산소통도 말을 못하니, 뒤탈이 있네요. 농담이 아닙니다. 남선우 한국등산연구소장은 “공증은 산을 등정했다는 이의 말에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을 때 이뤄진다”고 말합니다.
현재 가장 명확한 방법은 ‘인증샷’입니다. 한마디로 정상 사진입니다. 산마다 나름의 ‘이정표’들이 있습니다. 사진 구도가 대개 닮은 까닭이빈다. 반론의 여지를 막고자 함이죠. 단풍 구경하겠다고 산소통 멘 건 아니니까요. 에베레스트 정상은 특유의 비스듬한 능선으로 구별됩니다. 초오유(8201m)는 정상이 대단히 완만해 계속 오르면 반대편에 에베레스트가 보이는데, 그걸 보거나 찍으면 ‘등정’이 됩니다. 요즘엔 세르파들이 꽂아둔 깃발(‘룽다’)도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리산 천왕봉도 3대가 덕-떡 아닙니다-을 쌓아야 맑은 일출을 볼 수 있다는데, 신의 턱-떡 아닙니다-아래라 할 8천 고지는 어떻겠습니까. 사진으로도 분간 안가기 쉽상이죠. 그땐 여러 정황들로 검증받습니다. 여정이나 이전 원정대들이 놓고간 물건을 봤는지 따위입니다.
언론이나 전문 매체들이 이를 알리며 ‘심판의 장’ 구실을 합니다. 네팔엔 ‘히말라야 산신’이라 불리는 엘리자베스 홀리가 네팔 관광청에서 히말라야 등반 허가를 받은 모든 원정대를 인터뷰합니다. 이런 소식들에 이견이 없으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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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선씨도 칸첸중가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큰 암부가 담겼는데 정상의 것이 아니란 주장이 있습니다. 게다 정상까지 오른 시간이 너무 짧은 ‘정황’도 논란 중입니다. 물론 오씨는 모두 맞다고 설명을 합니다.
산은 정복되지 않습니다. 늘 그 자리에 서있을 뿐입니다. 때문에 ‘경쟁적 등정주의’에 대한 자성도 많습니다. 산 높이를 재려는 것도 정복의 수단일 수 있겠습니다. 예전엔 삼각측량, 지금은 GPS를 활용합니다. 에베레스트는 최초 8840m로 측량되었다가 1975년부터 8848m를 공식 높이로 삼습니다. 실제 중국은 8844m라고 측량치를 내세웠는데, 논란 끝에 네팔과 8848m로 합의보기도 했습니다. 가장 최근 GPS로 높이를 쟀다는 미국은 8850m라고 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모든 것을 한줌 ‘과학’으로 구술하고 정의하겠다는 우리들의 다툼이 조금 우습습니다. 때때로 반복되는 등정 논란에도 산은 그저 웃었을지 모릅니다. 그때 잠깐 8850m로 측정된 게 아니었을까요.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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