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총각인데다 가무에 전혀 소질이 없지만,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이유를 살피기 앞서 전제가 맞는지 확인해봅니다. 각각 자매·남매를 키우는 제 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여동생의 둘째 신영민(29개월)군만 빼고, 세 아이 모두 개다리춤을 췄다고 합니다. 4~6살 정도입니다.
경기 성남의 중동어린이집엔 생후 6개월의 영아부터 7살까지 110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곳 최미애 교사는 “다 시켜보진 않아 정확하진 않지만, 3살 이상의 어린이 70~80%는 개다리춤을 췄거나 추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제 여동생의 첫째아이 신영주(6)양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영주는 2008년부터 개다리춤을 췄습니다.
블로그(blog.naver.com/wis0200)에서 관련 자료가 검색됩니다. 최신치 2009년 12월19일 글을 추리면 아이의 예명은 ‘양파’, 어머니는 정지혜(34)씨입니다. “유치원 갔다 온 어느 날 갑자기 개다리춤을 춘다. 아직 손동작까지는 같이 안 되나 보다. TV에서 개다리춤 추는 아이들을 보면 어디서 배워서 저렇게 추는 걸까 생각했는데 우리 딸이 갑자기 추는 걸 보니 신기하다. 그리고 귀엽기까지하다…. ㅋㅋ”
아이들이 내남없이 개다리춤을 추는 건 자명해 보입니다. 질문 분석합니다. ‘왜 추느냐’입니다. 정지혜씨는 “갑자기”라고 했으나 갑자기는 아닙니다. 개다리춤을 타고나는 경우는 없다는 게 아동발달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연세대 아동발달연구실 연구원은 “안 보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의도적이고, 주변에서 기뻐하는 등의 보상행동에 따라 강화된다”고 덧붙입니다. 현직 10년차 최미애 교사는 개다리춤을 학습하는 주요 경로로 어른(TV 포함)이 시키거나, 유치원 교사가 가르치거나, 주변 아이들로부터 배우는 경우를 꼽습니다. “이르면 3살부터 흉내를 낸다”고 말합니다. 영주는 유치원 수업 중 율동을 통해 배웠답니다.
왜 하필 개다리춤일까요? 아이들은 성취감을 느끼며 운동발달을 거듭합니다. 기다가 걷다가 뛰고 계단을 오릅니다. 걸음마기(19개월부터)를 지나며 하체의 발달을 인지하고, 이를 통해 균형을 잡으며 흔드는 동작이 아이들에겐 도전이며 흥미가 될 공산이 큽니다.
하지만 모두 개다리춤을 추는 건 아니듯, 한국 아이들의 획일적인 그래서 더 귀여운 개다리춤은 코미디언들의 개다리춤이 오래전 유행한 한국적 특성이 크다 할 것입니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다른 이의 표정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상대방이 화를 내는지 기뻐하는지 생득적으로 분별하는 겁니다. 인간발달복지연구소 주현숙 연구원은 “어렸을 때부터 본능적으로 상대방을 감동시키는 방향으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춤을 선보이며, 자기존재감과 만족감을 갖게 되는 것이죠. 개다리춤을 출 때 자지러졌던 수많은 어른들이 더 큰 ‘요동’으로 유인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무관심’을 보이면 금세 멈추게 될 것입니다. 아이는 양육자의 ‘분노’보다도 ‘무관심’에 더 무기력해진다고 합니다.
<font color="#638F03"> P.S. 아이가 너무 예뻐, 정지혜씨의 글과 사진을 허락 없이 실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한국학계에 ‘개다리춤’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이는 없습니다. 이 답변은 추론 정도로 이해해주셔야 할 듯합니다.</font>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tr><td height="22px"></td></tr><tr><td bgcolor="#E7E7E2" style="padding: 4px;"><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 bgcolor="#F7F6F4"><tr><td class="news_text02" style="padding:10px"><font color="#1153A4">*독자 여러분의 질문을 받습니다. 손가락질당할까 묻기 두려웠던 4차원 질문,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던 이 세상 최초의 질문, 부지런히 발로 뛰어야 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을 han21@hani.co.kr보내주십시오. 당신의 ‘거대한 의문부호’에 느낌표를 준비하겠습니다.</font>
</td></tr></table></td></tr><tr><td height="23px"></td></tr></table>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미 대선 윤곽 6일 낮 나올 수도…끝까지 ‘우위 없는’ 초접전
황룡사 터에 멀쩡한 접시 3장 첩첩이…1300년 만에 세상 밖으로
미 대선, 펜실베이니아주 9천표 실수로 ‘무효 위기’
[영상] “사모, 윤상현에 전화” “미륵보살”...민주, 명태균 녹취 추가공개
회견 이틀 전 “개혁 완수” 고수한 윤...김건희 문제, 인적 쇄신 어디까지
SNL, 대통령 풍자는 잘해도…하니 흉내로 뭇매 맞는 이유
한양대 교수들도 시국선언 “모든 분야 반동과 퇴행…윤석열 퇴진” [전문]
한라산 4t ‘뽀빠이 돌’ 훔치려…1t 트럭에 운반하다 등산로에 쿵
9살 손잡고 “떨어지면 편입”…대치동 그 학원 1800명 북새통
기자회견 앞둔 윤 대통령 “개혁에는 저항 따라…반드시 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