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남은 반찬은 왜 아무도 안 먹을까요. <한겨레21> 김정효 기자
→ 맞습니다. 사람들은 마지막 반찬 한 조각은 으레 서로 못 본 척하며 각자 밥그릇만 비우곤 하죠. 영화에서도 심한 갈등을 겪는 두 사람을 묘사할 때 ‘마지막 반찬’이 동원됩니다. (보통 때라면 서로 외면해야 하는) 마지막 반찬을 놓고 젓가락을 동원해 이전투구를 벌이는 두 사람을 보며, 관객은 이들이 안면 몰수하고 ‘개싸움’ 중인 관계라고 판단합니다. 이렇듯 마지막 반찬은 우리나라에서는 일종의 메타포(은유)로도 활용됩니다. 사실 별도로 값을 지불하고 먹는 안주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설명하다 보니 저도 궁금해지는군요. 마지막 반찬, 마지막 안주가 뭐기에 사람들이 이렇게 신경을 쓰는 걸까요?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에게 물었습니다. “자신의 취향이나 욕심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심리”라는 답변을 내놓더군요. 하 교수는 “이럴 경우 주로 어떤 반찬들이 남느냐”고 되묻습니다. 아무렴 김치 조각이나 깍두기가 사람들의 ‘의도적 무관심’의 대상이 될 리는 만무하죠. 최소한 계란프라이·소시지 정도는 돼야겠죠^^;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풀이가 시작됩니다.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반찬도 여러 개가 수북이 쌓였을 때는 누가 얼마나 젓가락질을 했는지 정확히 모릅니다. 하지만 마지막 하나를 누군가 덥석 집어갈 경우 모두의 주목을 받(는다고 사람들이 생각하)죠. 하 교수는 “한국 사람들은 이럴 경우 ‘너 그것 되게 좋아하는구나’ ‘너는 네 욕심만 먼저 차리는구나’라는 평가를 받을까 두려워한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실제 사람들이 그렇게 평가한다는 게 아니라, 당사자가 그걸 ‘걱정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런 평가를 의식하는 이는 남들의 행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생각하겠지만, 대다수는 일단 그런 평가를 의식하고 일단 젓가락질을 삼갑니다. 결국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걱정 탓에 자신도 모르게 자기 절제를 하게 됩니다(물론 눈치 볼 필요 없는 굉장히 친한 이들과의 자리는 다를 수 있겠죠).
좀더 심하게 눈치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아무래도 어려서부터 엄하게 밥상머리 교육을 받은 경우겠죠. 어려서부터 ‘반찬 욕심내지 마라’ ‘김치도 뒤적거리지 말고 가장자리부터 하나씩 먹어라’ ‘과일도 가운데 조각부터 집어먹으면 안 된다’ 등 훈육을 받으며 자랐다면 아무래도 마지막 반찬을 더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과도한 타인 의식에서 비롯한 자기 절제’는 과도하게 형식적 예의를 중시하는 한국적 문화와도 관련이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마지막 반찬이 남았을 경우 아직 젓가락을 안 댄 이에게 권하거나 혹 이를 사양하면 자신이 가져다먹는 것 아닐까요. 물론 더 좋은 방법도 있죠. 리필을 부탁하는 것입니다. 대신 넉살 또는 두툼한 지갑 사정(안주의 경우)이 뒷받침돼야겠죠.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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