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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이진우’와 ‘피고인 이진우’는 전혀 달랐다

‘국회의원들 끌어내라’ 지시 여부 두고 태도 180도 뒤집어
검찰 특수본에선 “부하가 그렇게 진술했다면 내 입에서 나온 말일 것”
중앙군사법원에선 “국회 안에 있는 인원 다 끌어내야 된다고 말한 것”
등록 2025-12-04 22:57 수정 2025-12-06 09:48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그리고 그의 지시를 따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과 이상민(전 행정안전부 장관), 조지호(전 경찰청장), 김봉식(전 서울경찰청장)이 내란 중요 임무에 종사한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법에 공소가 제기된 사건은 차례로 증인신문이 진행되고 있다. 윤석열의 내란 행위를 곁에서 도운(방조) 혐의 등으로 같은 법원에 기소된 한덕수(전 국무총리)는 2026년 1월21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반면 내란 폭동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군 사령관들(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재판 진행은 원활하지 않다. 증인으로 채택된 김용현, 윤석열이 정당하지 않은 사유로 군사법원에 불출석하면서 증인신문이 지연됐다. 이는 재판 지연을 초래하고 구속 피고인, 특히 12·3 비상계엄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점거와 선관위 직원 체포 지시를 한 혐의를 받는 문상호의 구속 기간 만료(2025년 12월30일) 전 1심 선고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위와 같은 사정으로 중앙지역군사법원이 심리 중인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사건을 통틀어 증인신문이 마지막으로 진행된 때가 이진우 사건 12차 공판이 열린 2025년 11월4일이다. 9월16일 11차 공판에 이어 조성현 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 날이다. _편집자

전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가 2025년 1월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전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가 2025년 1월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검사가 이진우에게 물었다. 피의자로 입건된 그가 2024년 12월23일 당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의 일이다.

검사 “조성현이 ‘(2024년 12월3일) 00:30~01:00경 진술인(이진우)으로부터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하여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아 일단 알겠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 (진술인은) 조성현이 (특수본에서) 그렇게 진술했다면 조성현에게 그와 같은 지시를 한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진술했는데 사실인가요.”

이진우 “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으나, 제 부하가 그런 진술을 했다면 제 입에서 나온 말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때 상황은 대통령과 장관이 계속 상황을 물어보고, 끌어내라고 하니 제가 그 반응을 하면서 나온 말 같습니다.”

부하 조성현 단장 진술에 뒤늦게 ‘거짓말’ 딱지

조성현 전 단장은 2024년 12월3일 밤 11시51분께 이진우로부터 “경찰 협조를 받아 국회 울타리 내부로 들어가서 국회 본청(국회의사당)에 출입하는 인원을 통제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 가결(2024년 12월4일 새벽 1시3분께)을 앞둔 12월4일 새벽 0시45분께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하여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진우는 피의자 신분일 때만 하더라도 조성현 전 단장 진술에 거짓말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되고,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의결을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부하들에게 국회의원을 국회의사당 밖으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공소사실이 핵심 범죄사실이 되면서 그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이진우의 변호인은 2025년 11월4일 공판에서 이진우가 기억하는 계엄 당시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12월4일 00:42경, 시간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사령관(이진우)이 대통령께 ‘국회 본청까지 왔는데 사람이 많아 접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상황을 말씀드리자 대통령은 변명하는 것처럼 들렸는지 언성을 높이면서 ‘아직도 못 들어갔어? 너희가 4명이 들어가면 1명씩 들쳐업고(‘둘러업고’의 잘못)라도 끌어낼 수 있잖아’라고 말했고, 사령관은 ‘알겠습니다’라고 답변을 드렸다고 합니다. 당시 사령관은 대통령이 끌어내라는 ‘인원’이 국회 본청에 들어간,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나 위협세력 내지 적대세력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 대통령은 ‘본회의장’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적도 없고,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도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사령관은 대통령이 끌어내라고 한 대상은 ‘국회 본청에 난입한 정체불명의 위협세력 내지 적대세력’이라고 생각했을 뿐, ‘국회의원’이라고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 정말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였다면 이를 참모장 등 부하들과 검토해서 지시를 따를 것인지 여부를 판단했을 것입니다.(후략)”

특수본에선 스스로 “대통령이 국회의원 가리켰다고 생각”

그런데 이진우는 2024년 12월23일 특수본에서 아래와 같이 진술한 적이 있다.

“대통령께서 두 번째도 현재 상황을 물어보셨는데, 제가 첫 번째와 같이 ‘국회에 도착했는데 들어갈 수 없다. 사람이 많다’는 대답을 했더니 대통령께서 상황이 똑같아서 화가 나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통령께서 세 번째 통화에서 문을 부수고 끌어내라고 할 때는 국회의원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을 부순다는 말은 본회의장 문을 부수라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후략)”

조성현 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이 2025년 2월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재판정에 출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조성현 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이 2025년 2월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재판정에 출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9월16일 11차 공판에서 이진우의 변호인은 조성현 전 단장의 진술과 표현의 차이가 있는 다른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조성현 전 단장의 진술이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신문했다. 12차 공판에서도 조성현 전 단장에게 같은 취지의 질문을 던졌다.

이진우의 변호인 “윤덕규 소령(국회로 이동하던 수방사 1경비단 예하 2특수임무대대 후발대를 지휘한 윤덕규 지역대장)은 증인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게 아니라 ‘국회 안에 있는 인원을 다 끌어내야 된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특수본에서) 진술했는데, 이 지시는 증인이 한 게 아니라 증인이 사령관의 지시를 그대로 옮긴 것이죠?”

조성현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사령관의 지시를 저의 언어로 (윤덕규 대장에게) 설명해준 것입니다.”

(…)

이진우의 변호인 “‘끌어내라’는 문구를, 잡범도 아니고 국회의원에게 사용하는 통상적인 문구는 아니죠?”

조성현 “그건 (그 말을) 쓴 사람이 알 것입니다.”

조 전 단장에게 ‘내란 행위 동조한 거 아니냐’… 선 넘은 변호인

급기야 이진우의 변호인은 선을 넘었다. 변호인이 지적한 지점은 다음과 같다. 조성현 전 단장이 2024년 12월16일 특수본에 참고인으로 출석해서 한 진술이다.

군검사 “2024년 12월4일 00:30~01:00 이진우로부터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하여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것이 맞는가요.”

조성현 “맞습니다. 대략 한 00:45 어간인 것 같은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하시더라고. 첨엔 대답을 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라고. 그러고 5분 정도 지났나, 사령관님에게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이거 단독 작전으로 안 됩니다. 특전사령관(곽종근)과 빨리 소통해 보십시오.’ 그랬더니 ‘특전사령관과 통화가 안 된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그다음 5분 정도 후, 전화가 와서 ‘이미 특전사가 안에 들어갔으니 너희는 밖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필요하면 해라’(…)”

이진우의 변호인은 이 ‘5분’의 공백을 문제 삼았다.

이진우의 변호인 “윤덕규 소령은 증인한테 ‘국회 안에 있는 인원을 다 끌어내야 한다’는 지시를 받고 이상하니까 ‘국회 안에 있는 인원 전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러면 증인도, 사령관이 그냥 사람도 아니고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으면 ‘왜 끌어냅니까?’라고 바로 되물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조성현 “변호인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그렇게 했습니다.”

이진우의 변호인 “증인이 5분 동안 고민한 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불법이기 때문에 고민한 게 아니라 당시 국회에 들어간 (수방사) 선발대 인원이 15명밖에 없고, 방호해야 하는 건물 안에 들어간 위협세력을 제거하고 건물을 확보하는 병력은 원래 707(특전사 예하 제707특수임무단)이기 때문에 ‘우리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임무가 아니다. 특전사령관과 검토해달라’ 이렇게 한 것이지, 사령관 지시가 불법이기 때문에 재검토해달라고 한 것이 아니지 않나요?”

전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가운데)가 2025년 1월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가운데)가 2025년 1월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신도 내란 폭동 행위에 동조한 것 아니냐’는 식의 질문이다. 조성현 전 단장은 괴로워했다.

지금 상황이 슬픕니다, 가슴 아프고. (이진우 쪽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 상황에 대해 충분히 개인적으로 이해도 하고, 제가 한때 존경했고, 그동안 우리에게 보여주셨던 지휘관으로서의 일련의 모습을 지금도 충분히 존경하고 있습니다. (이진우 쪽이) 저한테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인간적으로 이해하지만, 제가 처벌받고 제가 위증을 했다는 것을 끌어내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지금까지 저는 팩트(사실)를 계속 얘기하고 있는데. (…) 저는 더는 반복할 필요도 없을 만큼 사실대로 증언했고, 재판장님께서 판단하셔서 저에게 죄가 있다면 죄를 물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진우의 변호인은 계속 같은 질문으로 조성현 전 단장을 압박했다.

“증인이 만일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위법하다고 생각했다면 5분, 10분 고민할 게 아니라 즉시 사령관에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는 것은 못할 일입니다’ 이렇게 대답해야지, ‘특전사령관과 상의해 보십시오’라고 말을 안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사령관이 대통령한테 진짜 그런 지시를 받았고 그 일을 경비단장(조성현)에게 지시했다면, 대령에 불과한 경비단장이 그 명령을 취소해달라고 해도 사령관은 (대통령 지시이기 때문에) 명령체계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을 것입니다. 명령체계상 그게 맞죠?”

조성현 전 단장의 대답은 간결했다. “그건 사령관이 답변하실 일입니다.”

조성현, 입장 바꾼 상관에게 “이해되지만 가슴 아프고 화 나”

오전 10시께부터 오후 4시께까지(점심시간 제외) 증인석에 장시간 앉아 이진우의 변호인 질문에 답해야 했던 조성현 전 단장. 그는 ‘이진우 사령관에게 느낀 소회’를 얘기해달라는 변호인 요청에 힘겹게 입을 열었다.

“옆(피고인석)에 사령관이 계시는데 이런 쟁점이 있다는 것 자체가 군인으로서, 또 부하로서 상당히 가슴 아픈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적인 이해도 있고, 한편으로는 (비상계엄 당시) 우리 부대를 왜 그렇게 쓰셨을까 하는, 그런 마음도 듭니다. 우리가 순수한 마음으로 당신을 모시고, 수도 서울 시민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지킬 것인지 같이 고민하고, 고뇌하고, 훈련하고, 그러면서 대테러 작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어찌어찌해서 이런 일로 뵙게 되어 만감이 교차합니다. 또 변호사님께서 저한테 그런 질문들을 하는 것들이 인간적으로 이해되면서도, 가슴이 아프고 화가 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 (저는) 진실을 다 얘기했다고 생각합니다. 제 말들이 문제가 있다면 저는 당연히 책임져야 하고 그럴 것입니다. (…) 이진우 사령관님은 지금까지 만나 본 많은 지휘관 중에 가장 훌륭한 지휘관 중 한 분이라고 여전히 저는 생각합니다. (…) 이 상황에 대해서 본인께서는 많은 사실을 알고 계실 것이고,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혜롭게 잘 대처해서 이 상황이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2025년 9월16일 이진우 사건 11차 공판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아랫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0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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