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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연예인은 대본대로 읽기만 하는 건가요

등록 2009-12-08 07:45 수정 2020-05-02 19:25
패밀리가 떴다. SBS제공

패밀리가 떴다. SBS제공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온 ‘루저’라는 단어로 세상이 시끄러웠죠. “본인이 쓴 단어였다” “제작진이 써준 대로 읽었다”가 맞서며 논란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의 대본은 출연진이 이야기하는 부분과 작가들이 써주는 부분이 얼마나 되나요?(최재영)

대본은 방송 흐름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모든 방송에는 대본이 있습니다. 방송 전에 녹화 가안 대본을 만들어 촬영을 하고, 녹화가 끝나면 편집대본을 만들어 자막이나 음악을 입히는 추가 작업을 합니다.

대본의 역할은 예능 프로그램마다 다릅니다. 먼저 초대손님의 유형에 따라 예능 프로그램을 나눠보겠습니다. 등은 연예인이 초대손님으로 매회 등장합니다. 등은 일반인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두 유형 모두 방송작가들이 사전에 출연진과 인터뷰를 해 방송 콘티를 짭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지 방향을 잡는 겁니다.

연예인이 초대손님이라면 대본에는 진행자가 해야 할 대사와 지문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대손님인 연예인은 어떤 얘기를 한다는 정도만 사전에 듣고 녹화에 참여합니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유행하면서 미리 짜지 않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하다 보니 생겨난 변화입니다. 를 예로 들어볼까요? 는 퀴즈쇼인 만큼 MC들을 위한, 퀴즈 질문만 있는 대본을 씁니다. 초대손님들이 토씨 하나 빼지 않고 외워서 녹화에 참여하는 대본은 없습니다. 시를 짓는 코너도 제작진이 미리 알려준 주제에 맞춰 출연자들이 해오는 숙제라고 하네요.

연예인과 달리 방송이 어색한 일반인의 경우는 사전 인터뷰 내용으로 대본이 좀더 촘촘하게 짜입니다. 그렇다고 출연진이 하지 않은 말을 대본에 적어 방송에서 얘기하도록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출연진이 이야기하는 부분과 작가들이 써주는 부분을 나누는 게 무의미한 거죠. 물론 돌발 질문과 답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건 방송 적절성을 따져 제작진이 편집 때 걸러냅니다. ‘루저’ 같은 적절치 못한 발언은 출연자의 돌출 발언이었다 할지라도 녹화 방송인 만큼 제작진이 걸러냈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패밀리가 떴다’ ’1박2일’ 등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대본 논란이 있었죠? 대본이 없다고 했는데 있어서 실망하셨나요? 이들이 말하는 “대본이 없다”는 건 토씨까지 읽어내는 대본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때가 되면 밥을 먹고, 게임을 하고, 나눠야 할 이야기가 적힌 간략한 대본은 늘 있습니다. 문화방송 박현식 PD는 “리얼이란 단어 안에 진실·신의·재미 등을 대입시켜 환상에 빠지면 곤란하다”면서 “시청자가 방송을 좀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네요. 대본 없는 예능 프로그램, 날것 그대로의 ‘리얼’은 없습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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