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건대에는 ‘입구’가 붙죠?
→사실 독자님의 질문을 보고 나서 “이건 보나 마나 개념 없던 시절에 제멋대로 지은 탓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습니다. 확인해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아싸∼^^
자, 우리나라 지하철 역사부터 거슬러 올라가보겠습니다. 1974년 8월15일 한국의 첫 지하철인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됩니다. 이때 구간은 서울역에서 청량리까지입니다. 노선 주변에 대학은 없습니다. (현재 외대앞역과 성균관대역이 있는 구간은 나중에 추가됐습니다.) 1984년 서울 지하철의 심장 구실을 하는 ‘순환선’ 2호선이 마침내 개통합니다. 이때 무려 7개 대학의 이름이 지하철역 이름에 출현합니다. 교대, 건대입구, 서울대입구, 이대, 한양대, 홍대입구, 충정로(경기대입구)가 그 주인공입니다. 자, 이때 지하철역 이름을 정하는 기준이 따로 있었을까요?
정답은 ‘아니올시다’라는 게 서울시 도시철도팀 김진기 주임의 설명입니다. 지금은 서울시가 도시 디자인의 통일성을 맞추려 멀쩡한 보도블록까지 교체할 정도로 ‘일관성’에 신경을 쓰지만, 그때는 그런 개념이 없었습니다. 그냥 서울시에서 해당 지역의 의견을 참고해 마음대로 정했습니다. 지금도 활약 중인 서울시 지명위원회라는 자문기구가 1981년 탄생해 활동하기는 했으나 별다른 구실은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작명 방식이 제멋대로인 것도 문제지만, 전혀 생뚱맞은 경우도 눈에 띕니다. 대표적인 게 서울대입구역입니다. 역을 나와 아무리 목 관절을 늘려 둘러봐도 학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학교 이름 뒤에 같은 명사 ‘입구’를 달고 있는 건대입구역에서는 건대가 보입니다. ^^
독자님처럼 합리적인 의심을 품는 ‘깨어 있는 시민’들이 갈수록 늘고 문제가 제기되자 서울시는 2006년 들어 변화를 꾀합니다. 지하철역을 비롯해 공원이나 거리 등의 이름을 새로 지을 때 서울시 지명위원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한편,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합니다. 이른바 ‘서울시 역명 제개정 절차 및 기준’이란 내부 지침을 만들어 시행합니다.
다시 말해 2006년 이전 개통된 지하철 노선의 역 이름이 이상하다고 느낄 땐 ‘개념 미탑재 시절 지어진 이름이구나’ 생각하면 된다는 겁니다.
현재 서울시가 시행하는 지침의 원칙은 대략 이렇습니다. 학교나 큰 건물 등은 지하철역 이름에 넣지 않고 법에 정해진 지역의 동 이름을 쓴다는 것입니다. 또 거기에 접두사나 접미사는 붙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괄호 안에 부가적인 이름을 적는 건 가능합니다. 이 기준대로라면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있는 ‘신이문’역은 ‘이문’역이 돼야 하지요. 하지만 사람이든 역이든 이름은 한번 정해져 사람들의 기억 속에 저장되고 나면 바꾸기가 힘들지요.
그럼에도 드물게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7호선 상도역 뒤에 괄호 속 ‘중앙대앞’이란 글자가 최근 사라지고 대신 9호선 개통과 동시에 흑석역 뒤에 괄호 열고 ‘중앙대입구’라고 들어갔습니다. 중앙대에 더 가깝다는 이유로 학교 쪽이 요청했다고 합니다. 지하철역 이름은 그 자체로 엄청난 홍보가 되기 때문에 이렇게 새 지하철역이 만들어지면 인근 대학이나 공공기관 혹은 대형 건물 쪽에서 민원을 세게 넣는다고 합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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