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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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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이유 있는’ 연금 불안, 연속 개혁으로 답해야

3월 개혁, ‘미래세대와의 형평성’ 개선하는 과정 …연령별 차등 보험료율·연금소득 과세 도입 등 검토 필요
등록 2025-07-03 22:09 수정 2025-07-09 07:52
2025년 3월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신소영 기자

2025년 3월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연금개혁에서 세대 간 형평성을 강조한다. 연금제도가 청년세대에 불리하게 돼 있으니 더 유리한 기성세대와 형평성을 맞추자는 얘기다. 그런데 2025년 3월 확정된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이 의원의 평가는 의외였다. 세대 간 형평성을 도모하는 시각에서 보면 되레 전향적일 수 있는 연금개혁을 오히려 혹독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청년은 가만히 앉아 손실을 떠안고 있나

왜 그럴까? 이 의원의 기자회견문과 방송 토론 발언 등을 세밀히 들여다보면, 연금개혁 내용에 대한 오해가 확인된다. 이 의원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매년 0.5%포인트씩 인상해 2033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40%(로 줄어들 예정이었다)에서 2026년부터 43%로 상향하는 3월 국민연금 개혁을 평가하면서 “소득대체율 인상으로 기성세대는 (연금을) 바로 받아간다”거나 “기성세대는 더 받고 젊은 세대는 더 내는 구조로 설계”했다고 비판한다. 그렇지 않다. 소득대체율 인상은 소급 계산되지 않고 법 개정 이후 가입 기간부터 적용된다. 즉 가입 기간이 5년 남은 사람은 5년 동안, 30년 남은 사람은 30년 동안 인상된 소득대체율이 적용되기에 젊은 사람일수록 이번 소득대체율 인상 효과를 더 많이 얻게 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의원이 여러 세대가 연관된 연금개혁에서 어느 한쪽의 시선으로만 세대 간 형평성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제가 젊은 세대들을 선동하고자 하는 목적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사회적으로 인내가 요청되는 민감한 주제인 연금개혁을 지나치게 갈등 의제로 몰아가는 ‘선동’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1988년 시작부터 후세대 부담이 커지는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안고 있다. 지금까지 세 차례 재정안정화 개혁을 했지만 여전히 ‘덜 내고 더 받는’ 제도다. 이처럼 수지 불균형이 계속되면 적자분만큼이 후세대로 넘어가 쌓이므로 뒤로 갈수록 노년 부양의 부담이 무거워지는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이러한 문제는 현세대 내부에도 존재한다. 그래픽에서 보듯이, 3월 개혁안을 적용하면 국민연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에서 현재 50살의 경우 생애 평균 보험료율이 9.5%이지만 20살은 12.7%로 올라간다. 반대로 평균 소득대체율의 경우 50살은 50.1%, 20살은 43.0%로 낮아진다. 연령이 높을수록 내는 돈과 받는 돈 모두 유리하다. 이 의원이 국민연금에서 기성세대의 무책임을 비판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중장년 세대가 국민연금 재정안정화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은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현재 청년들이 ‘가만히 앉아 손실을 떠안고 있다’는 이 의원의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 3월 개혁에 따른 국민연금 체계에서도 지금 청년들이 낸 돈보다 더 많이 받는 국민연금 혜택을 누릴 예정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단지 앞 세대와의 비교에서 그 몫이 적을 뿐이다.

 

이준석이 ‘선동 함정’에 빠진 이유

아마도 이 의원은 반론으로 수치를 내밀 것이다. 대략 보험료율 1%에 소득대체율 2%가 수지상등(보험이나 연금 등에서 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의 총액과 보험자가 지급하는 급여 및 운영경비의 총액이 일치해야 한다는 원칙) 비율인데, 3월 개혁에서 내는 돈인 보험료율은 4%포인트 올리고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은 3%포인트만 인상했으니 ‘더 낸 비율만큼 연금으로 돌려받지 못한다’는 계산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세대 간 형평성을 중시하는 입장이라면 종합적 시야를 가져야 한다. 이번에 오른 두 수치 차이만 보면 마이너스로 계산되지만,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전체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수치에서 보면 청년도 수혜자가 된다. 3월 개혁은 기존 수지 불균형을 일부 개선해 미래세대와의 형평성을 개선하는 조치로 이해될 수 있다.

물론 국민연금 구조개혁도 요청된다. 구조개혁에는 여러 방식이 있으나 핵심 목적은 어느 세대든 인구구조와 무관하게 기여와 급여의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일이다. 이 의원 역시 “한국개발연구원이 제안하는 신·구 연금 분리안, 세대별 형평성을 강화할 수 있는 각종 제도적 장치 등이 도입돼야” 한다며 구조개혁을 강조한다. 이는 앞으로도 재정안정화를 위한 추가 개혁에 나서야 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이 의원은 수지균형을 역설하면서도 여기서 수반되는 재정안정화 조치는 ‘손실’로 공격하는 상충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의원이 세대 간 형평성이라는 시대 의제를 제기하면서도 결국 ‘선동’으로 빠져버린 이유다.

국민연금에서 세대 간 형평성은 여러 세대에 걸쳐 있는 의제다. 지금 청년의 위치에서 보면, 국민연금을 수급하는 은퇴자, 국민연금 납부가 얼마 남지 않은 중장년 세대 등 기성세대와의 형평성, 동시에 앞으로 태어날 미래세대와의 형평성 관계를 모두 따져봐야 한다.

우선 기성세대와의 형평성에서는, 앞 세대가 많은 혜택을 얻고 있으므로 앞 세대가 더 기여하는 개혁이 요청된다. 이번에 채택되지 못한 연령별 차등 보험료율을 도입하거나 연금소득 과세를 강화해 조성된 세입을 국민연금 재정에 투입하는 방안 등이 모색될 수 있다. 한편 미래세대와의 형평성에서는 지금 청년들이 꾸준히 재정안정화 개혁에 나서 미래의 아이들에게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을 넘겨줘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청년들이 “내가 늙었을 때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는 질문을 할 수 있다. 물론 현행 국민연금 체계가 그대로 가면 언젠가 기금이 소진되고 연금 수급에도 우려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이후 기금수익 제고, 수급개시연령 상향, 추가 보험료율 인상, 국고 지원 등 여러 재정안정화 방안을 조합하는 연속 개혁이 필요하다. 이 의원이 진정 청년의 미래 연금 수급을 걱정한다면, 모든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지속 가능성을 위한 연속 개혁을 강조해야 하고, 3월 개혁도 이 방향에 서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모두가 노인이 된다

청년들이 또 말할 수 있다. “재정안정화를 위한 부담만 계속 늘어날 듯한데 국민연금에 계속 남아야 하는가?” 그 심정은 이해하나 모두가 노인이 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노후소득 보장이 필요하다면 그 방식은 각자도생이 아니라 공적연금을 통한 사회적 부양일수록 보편적이고 안정적이다.

국민연금에는 개인 저축이나 사적연금이 가질 수 없는 다양한 공공 기능이 들어 있다. 사업장가입자이면 기업이 절반의 보험료를 책임지고, 지역가입자도 농어민은 국가가 대략 보험료 절반을 지원한다. 근래 도시 지역 가입자에 대한 지원 조항도 마련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은 출산크레딧, 실업크레딧 등 연금크레딧, 저임금 노동자 보험료 보조 등 연금 취약 집단에 대한 사회적 지원도 수행한다. 젊었을 때 직업과 소득이 불안정한 사람일수록 공적 지원제도가 있는 국민연금이 더욱 필요하다.

국민연금 앞에는 연속 개혁의 과제가 놓여 있다. 국민연금이 지속 가능성을 개선해 세대 간 형평성을 도모하고 사회적 노후소득 보장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모든 세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근거가 취약한 말로 ‘선동’하는 게 아니라 ‘책임’을 이야기하는 사회적 책임감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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