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2025년 6월11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파기환송심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열린 현장 의원총회를 마무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골수 티케이(TK·대구경북) 출신인 내 부모는 이번 대선에서 서로 손을 잡아끌면서 마지못해 투표장에 갔다. 기표소 안에서도 영 내키지 않아 이 손으로 저 손을 당겨 겨우 찍고 나왔단다. 후보가 아니라 당(이 망하면 안 되니까 그것)만 보고 찍었다고 굳이 길게 설명했다. 연로한 탓일까, 세상의 변화를 눈치챈 탓일까, 얼핏 ‘양해’를 구하는 기척마저 느껴졌다. 비행기도 좌우의 날개로 난다면서.(아 그건 새예요, 엄마 아빠)
국민의힘이 대표하는 보수우파 정치세력은 더는 주류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재명 정권이 시작되고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수를 갖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그들 스스로 바로 설 힘은커녕 엎드릴 힘조차 잃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12·3 이후의 혼란에 대해 사과하는 ‘예의’는 물론, 탄핵 인용에 이어 선거로 심판받았으면 국민 뜻을 헤아리는 ‘성의’라도 보여야 하는데 도통 없다. 내부 동력이 없는 건 아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들고나온 ‘개혁안’은 누가 봐도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 감사 등이다. 재선 의원 17명도 지지 성명을 냈다. 왜 이제야 들고나왔느냐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그나마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게 오랜 지지자들의 뜻이다. 내용도 최소한의 응급조치에 가깝다.
이마저도 헌신짝처럼 차버렸다. 2025년 6월9일 갑론을박을 벌인 뒤 6월11일 의원총회는 개회 40분 전에 취소해버렸다. 김용태 위원장에게도 아무 협의 없이 문자 ‘알림’만 왔다고 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내 갈등과 분열로 비칠 우려” 때문이라고 밝혔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회의 자체를 막은 건 또 다른 ‘계엄’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6월9일 의총에서 상당수가 ‘영남 지역당’으로 쪼그라들 위험을 걱정했으나, ‘친윤’이라 불리는 기득권 인사들은 아랑곳없다. 이들에게 과연 권력의지란 게 있긴 있을까? 혹자는 당권이든 공천 보장이든 동네 영향력이든 제 이익만 지키려는 ‘밥그릇 의지’라고 하는데, 그조차 과하다. 누구의 어떤 밥그릇이든 상관없이 내가 떠먹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숟가락 의지’에 가깝지 않을까.
새 비대위원장을 앉히거나 전당대회 일정을 잡는 등 모든 당무는 새 원내대표를 뽑은 뒤에 하겠단다. 놀랍게도 선거를 닷새 앞둔 6월11일까지 출마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이름은 여럿 나왔지만 서로 견제하며 저마다 자신을 추대해주기 바라는 모습이었다. 이런 국민의힘을 보면 무슨 점균류를 접하는 듯하다. 아이들이 ‘액괴’(액체 괴물)나 ‘젤괴’(젤리 괴물)라 부르는 장난물 ‘슬라임’이 떠오른다. 덩어리는 지어져 있는데 형체는 없고, 스스로 형체를 만들지도 못하면서 서로 뭉쳐 떨어지지는 않는.
어쩌면 그들도 외력으로 뜯어지거나 갈라지기를 원하는 게 아닐까. 내력으로는 도무지 안 되니 정당 해산이라도 시켜주길 바라는 게 아닐까. 소속 의원이 내란도 내란 음모도 아닌 내란 선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전례에 비춰보면, 소속 당원인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저지른 일의 정도와 여파를 볼 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게 아니라면 원내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현행 20석에서 10석으로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이라도 서둘러주자. 다당제를 바라는 이들의 숙원이 지금은 국민의힘에 꼭 필요한 듯하다. 김재섭당 한동훈당 권성동당 따로 하는 게 아무래도 낫겠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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