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025년 5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에서 ‘덤&더머’ 행태를 보인 이들은 꾸준히 있었으나 그 모두를 일거에 무력화하는 막강 저질&저질러 커플이 등장했으니, 윤석열-김건희 부부다. 그런데 혼자서, 온 국민이 보는 생방송에서, 짧으나 강렬하게 ‘저질스러움’을 ‘저질러버린’ 압도적인 정치인이 나타났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다. 하필 그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세를 타며 10%에 육박해가던 2025년 5월27일 마지막 대선 주자 티브이(TV)토론회에서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공격할 요량으로 끔찍한 범죄를 떠올리게 하는 발언을 여과 없이 인용하며 “여성 혐오에 해당하느냐, 아니냐”고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에게 물었다. 한 폭로성 유튜브 채널이 과거 이재명 후보의 아들이 온라인 사이트에 쓴 글이라고 지난 대선 전 주장했던 것으로, 내용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표현의 폭력성과 의도의 불순함 때문인지 권영국 후보가 답변을 거부했는데도 재차 답을 강요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에게도 다그치듯 단답을 요구했다.
발언 직후 전 국민을 2차 피해자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는 “민주 진보 진영의 위선을 지적한 것”이라 변명하고 “성범죄에 대한 기준과 가치관을 묻는 게 왜 문제인가”라고 항변했다. 기자들 앞에서도 “(후보자 가족 문제라) 충분한 검증이 필요한 사안” “최대한 표현을 순화했다”고 계속 뻗댔다. 마지못해 “심심한 사과”를 언급했지만,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되자 “참 같잖아서 말이 안 나온다”고 비아냥댔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도무지 인식조차 못하는 모습이다.
개혁신당 누리집은 접속이 마비될 정도로 항의가 빗발쳤고, 탈당 선언도 잇따랐다. 지지자들도 당황스럽다. 대리만족으로 열광한 커뮤니티 세력이 아니라 거대 양당 체제와 극심한 진영 갈등에 질려 개혁신당에 마음을 준 이들이다. 그가 이 수준의 정치인인지 몰랐다는 ‘현타 인증’이 쏟아진다. 급전직하하는 지지율을 피부로 느낄 법하다. 그를 가까이 겪은 이들은 그가 즐겨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계속 새로고침 하며 당황한 마음을 진정하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자신을 옹호·비호하는 글만 보고 그들과만 교감한다는 이유로 그에게는 ‘게시판 정치인’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
그가 ‘나 잘난 맛’에 정치하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고, 그것이 때론 누군가에게 효능감을 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존중해온 이들조차 이번 토론회 발언은 용인할 수준을 넘었다고 본다. 문제는 그의 언행에 모두 놀라면서도 또 놀라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기본적인 인권 의식과 공감력이 없다는 뜻에서 ‘이준석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합의가 이뤄졌다고나 할까.
어린아이는 걷기만 해도 박수 받고 밥만 잘 먹어도 칭찬받는다. 청년기, 장년기가 되면 응당한 몫과 기대가 달라진다. 그런데 정치인 이준석은 처음부터 ‘웃자란’ 탓인지 좀체 성장하지 않는 듯하다. 대권 출마자로서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도 파악하지 못한 듯하다. 언제나처럼 자신을 중산층 성공 서사의 주인공으로 영웅화하면서, 최소한의 변주도 없이 ‘당신들의 자식이 나처럼 잘나고 잘되게 하려면 나를 찍으라’고 한다. 이것은 게으름일까 부적응일까.
눈앞의 말싸움에서 이긴다고, 상대의 약점을 가지고 놀듯 다룰 줄 안다고, 저 사람을 치기 위해 이 사람을 도구로 쓴다고 자신의 ‘유능함’이 빛나리라 여기면 큰 착각이다. 우리는 그런 이에게 지도자의 자리를 주지 않는다. 게임 오버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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