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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이용해 경선 출마 떨어지면 다시 시장?

대구
연일 SNS 대선 정치… ‘장돌뱅이’ 홍준표의 대통령 꿈은 이루어질까
등록 2025-01-18 08:52 수정 2025-01-24 17:35
홍준표 대구시장이 2024년 12월26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2024년 12월26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장이 섰는데 장똘배이(장돌뱅이의 사투리)가 안 갑니까.”

홍준표 대구시장이 2024년 12월26일 대구시청 출입기자단과 한 간담회에서 대선 출마를 묻는 말에 한 대답입니다. 장돌뱅이는 여러 장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장수를 일컫는 말입니다. 홍 시장은 조기 대선,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 뒤 대선, 정상적인 대선 등 모든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2025년 상반기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되면 당연히 출마한다고 말했습니다.

 

연일 페이스북에서 ‘조기 대선’ 달구기

홍 시장은 대통령이라는 꿈을 오랫동안 꿔왔습니다. 2017년 경남도지사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자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첫 도전을 했죠.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두고 경쟁했습니다. 경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그해 6월 지방선거에서 돌연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임기 4년 가운데 2년을 남겨둔 국회의원직(대구 수성을)을 중도 사퇴하고 말이죠.

홍 시장은 대구시장에 출마하며 ‘하방’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요. 대통령의 꿈을 가진 정치인이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중앙정치와 거리가 먼 광역단체장에 출마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컸습니다. 홍 시장은 최근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앙에 있으면 전 정부의 공동책임을 지게 됩니다. 지방에 내려와 있으면 정부 잘못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는 없죠. 다음 대선에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구로 내려온 겁니다.” 결국 다음 대권 도전을 위해, 윤석열 정부 잘못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지 않기 위해 대구시장이라는 자리를 선택했다는 뜻입니다.

때아닌 12·3 내란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홍 시장의 대선 출마 시계는 예상보다 빨라졌습니다. 홍 시장은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부터 연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대권 상대 후보를 견제함과 동시에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의도인데요. 그러면서 이번 탄핵이 무산되면 ‘식물 정권’이 되어 다음 대선에서 보수가 집권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홍 시장은 “박근혜 탄핵 때는 보수우파 진영이 궤멸했다. 이번에는 내가 경험해봤기 때문에 보수우파가 조기 대선에서도 불리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려고 에스엔에스(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계속하는 것”이라며 “2년 뒤 선거하면 우리가 100% 질 것이다. 정권심판론이라는 더 무서운 프레임이 있다. 오히려 지금이 우리가 재집권할 확률이 더 높다”고 말했습니다.

홍 시장은 조기 대선에서 윤석열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보수 정부를 구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기 대선 상황이 오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른 뒤, 후보로 확정되면 대구시장에서 사퇴하겠다고 하는데요. 경선 때까지는 본인의 휴가 등을 사용해 일정을 소화할 예정입니다. 경선에서 떨어지면 대구시장직을 유지합니다.

 

야권·시민단체, 조기 사퇴 촉구

야권과 시민단체는 홍 시장에게 시장직 조기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미 마음이 떠난 시장이니까요. 홍 시장의 꿈, 이번에는 이뤄질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대구=글·사진 김규현 한겨레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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