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024년 6월21일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선임기자
2024년 7월9일, 자신이 김건희 여사를 통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활동을 했다고 말하는, 상식적으로 그렇게 들릴 수밖에 없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발언의 장본인은 하필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다. 두 사람이 직접 아는 사이라는 건 김 여사가 검찰에 낸 진술서에도 나오는 팩트(사실)다.
녹취록을 문언대로 옮기면, 이 전 대표는 2023년 국방부 검찰단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경북경찰청에서 회수한 이후 해병대 후배와 한 통화에서 “임 사단장에게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브이아이피’(VIP)한테 얘기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윤석열 대통령이 2성 장군 한 사람에 대한 수사 의뢰에 격노하고, 국회에서 두 차례 통과된 특검법에 번번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련의 사태에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이 전 대표뿐 아니라 대통령실도 녹취록의 관련 내용을 일제히 부인했다. 이 전 대표는 기꺼이 자신을 몹쓸 허풍선이로 깎아내렸다. 자기 말을 허언으로 보이게 하려고 제시한 정황은 하나같이 개연성이 떨어진다. 심지어 자신이 언급한 ‘브이아이피’는 세상 사람 누구나 그렇게 아는 이 나라 최고 권력자가 아니라 3성 장군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었다고 말했다.
녹취록에는 이 전 대표가 해병대 사령관을 4성 장군으로 올리는 등 군의 직제나 경찰 인사와 관련해 로비한 정황도 담겨 있다. 녹취록이 공개된 이튿날,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명품 가방 수수 사과’와 관련해 김 여사와 장시간 통화한 사실을 밝혔다. 김 여사의 사적 관계가 국정의 주요 경로라는 의심은 갈수록 깊어간다. 장두노미(타조가 머리만 덤불 속에 처박은 채 숨었다고 여기는 것)는 오래가기 어렵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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