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쏘아올린 ‘김포의 서울 편입’ 공약이 총선을 다섯 달 앞둔 정국을 흔들었다. 애초 경기도 김포 한강 신도시 주민들의 교통 대책으로 시작된 이 논란은 이제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폭발적인 반향으로 첫 끗발은 좋았지만, 여론이 좋지 않은데다 당내외 반발까지 쏟아져 혼란을 겪고 있다. 2023년 10월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참패로 구석에 몰린 국민의힘이 성급하게 던진 폭투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폭투는 갑작스런 공매도 금지와 일회용품 사용 규제 완화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포의 서울 편입을 둘러싼 이 소란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가 17%포인트 차이로 참패한 일에서 비롯했다. 지난 총선에 이어 2024년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참패하리라는 예상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20년 총선에서 수도권 의석은 더불어민주당 103석-국민의힘 16석이었다. 게다가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도 긍정-부정이 대략 35%-55% 언저리에 붙잡혀 있다. 국민의힘엔 총선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다. 그래서 현재의 굳어진 여론 구도를 흔들기 위해 ‘김포의 서울 편입’이라는 무리한 ‘욕망의 정치’ 공약이 나왔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야심 차게 내놓은 ‘욕망의 정치’ 공약은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10월30일 이 공약을 처음 제시했을 때 김기현 대표는 김포뿐 아니라 다른 도시들도 서울 편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그러나 긍정적 반응은 구리시 정도에서만 나왔고, 부정적 반응은 전국에서, 당 안팎에서 쏟아졌다. 그러자 김 대표는 11월2일 “(김포의 서울 편입은) 비수도권에 불이익을 주는 게 아니다”, 11월6일엔 “비수도권도 주민들이 원할 경우 메가시티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해명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정상호 서원대 교수(정치학)는 “단기적으로 판을 흔들고 이익을 얻기 위해 집권 여당으로서 무책임한 공약을 내놓았다. 선거 승리라는 당파의 이익만 위해 국가의 장기적 발전을 포기하는 태도를 보였다. 여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평가했다.
김포의 서울 편입은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도 사전에 국민의힘 지도부나 김포시는 이 정책을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았다. 애초 국민의힘은 9월 말 김포시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검토했다고 밝혔다. 김포시는 “1년 전부터 이 사안의 유불리를 검토한 내부 보고서를 구축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포시는 이 내부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통상 행정구역 변경과 같은 중요 사안은 외부에 맡겨 연구보고서를 만들고 주민 여론조사나 공청회를 한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김포시는 이런 사전 준비가 전혀 없었다. 한마디로 졸속이었다.
윤석열 정부 장관들의 반응을 봐도 이 사안이 제대로 검토됐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 대통령실 김대기 비서실장은 “몰랐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민하고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전 협의는 전혀 없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전에 보고받거나 협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나 행정부와도 협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총선 공약은 정책 추진 절차를 다 밟지 않더라도 유권자를 설득할 근거는 있어야 한다. 김포를 우선적으로 서울에 편입해야 하는 정치·경제·사회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난데없이 결론만 나왔다. 거꾸로 김포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근거가 나오고 있다. 준비 없이 던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정책에 대한 비판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여당 안에서의 반대였다.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낸 사람은 부산시장을 지낸 5선의 서병수 의원이었다. 서 의원은 11월5일 “서울은 너무나 메가시티라서 문제다. 서울을 더 ‘메가’하게 만든다는 건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짓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11월6일 유정복 인천시장도 “김포 서울 편입은 실현 불가능한 허상이자 국민 혼란만 일으키는 정치 쇼다. 지방행정 체제 개편은 국민 의견 수렴이 필수다”라고 비판했다. 김포군수·시장 3선, 김포 국회의원 3선을 지낸 유 시장의 비판은 특별히 더 아픈 지적이었다. 같은 날 김태흠 충남지사도 “지방 메가시티 조성이 우선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할지 청사진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11월7일 홍준표 대구시장도 “뜬금없이 서울 메가시티론을 들고나왔고 수도권 집중을 더욱 심화시키는 김포시 서울 편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떴다방을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총선을 위한 정책인데, 여권 내부에서 체계적으로 검토하거나 의견을 조율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권 내부의 반발과 분열까지 일으키고 있다. 역풍을 맞아서 총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사안이 인기영합주의나 선심성 공약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었다. 서울 주변 위성도시를 서울의 행정구역에 포함함으로써 해당 지역의 브랜드 가치와 집값을 높여주겠다는 심산이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는 2008년 총선 때의 뉴타운 사업 공약이 있다. 당시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추진했던 ‘뉴타운 사업’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으로 바람을 일으켰다. 심지어 평소 뉴타운 사업에 비판적이었던 통합민주당 의원들도 덩달아 뉴타운 사업을 공약했다. 결과는 서울에서 40석 대 7석으로 한나라당의 압승이었다. 그러나 충분한 검토가 없었던 뉴타운 사업 공약은 나중에 대부분 무산됐다.
이번 공약은 포퓰리즘보다 못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포퓰리즘은 기본적으로 엘리트나 기득권층에 대한 반대 성격을 띠는데, 이 공약에선 그런 성격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포퓰리즘은 인기 있는 정책이어야 하는데, 이 정책은 인기도 별로 없다. 11월5일 시비에스 노컷뉴스와 알앤써치가 발표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김포의 서울 편입에 대해 반대 의견이 55.5%, 찬성은 33%였다. 수도권에선 반대가 60%를 넘었다.
서복경 대표는 “포퓰리즘은 기본적으로 대중의 지지와 동원을 이끌어내는 데 유리해야 한다. 이 정책으로 표를 얻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것 같지가 않다. 단지 선거판을 흔들기 위해 내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포가 서울에 편입되면 김포시민에게 무슨 이익이 있을까? 현재 김포에서 가장 기대하는 효과는 지하철 5호선 연장 사업(김포선)이 빨리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지하철 사업은 통상 10년 정도 걸린다. 2014년 사업이 확정된 서울지하철 8호선 연장 별내선은 2017년 착공해 2024년 완공 예정이다. 하남선도 9년 정도 걸렸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5호선 김포 연장선의 사업 기간도 다른 사업들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오름 효과는 어떨까? 2023년 9월 김포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4억5055만원으로 서울(10억4632만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가격이 낮은데다 서울 편입 효과로 집값이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심각한 상태인 교통 인프라가 개선되지 않으면 오르기 어렵다. 김포의 다른 여건도 좋다고 보기 어렵다. 시장 상황도 전반적으로 안정돼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서울 편입이 김포에 불리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1월6일 민주당 경기도당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경기도 김포시는 지방세로 주민세, 자동차세, 담뱃세, 지방소득세, 지방소비세 등을 걷지만, 서울시 김포구는 등록면허세와 재산세(50%)만 걷을 수 있다. 따라서 2023년 기준으로 3천억원 이상 세금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서울시의 골칫거리인 쓰레기 매립장이나 소각장이 유휴지가 많은 김포에 설치될 가능성도 크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11월7일 주민간담회에서 “주민투표를 거쳐 국회에서 법안만 통과되면 당장 서울에 편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시장의 말과 달리 편입 절차는 그리 간단치 않다. 먼저 김포시는 주민투표를 해 시민 의사를 확인해야 하고, 서울시나 경기도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 김포시민이나 서울시가 반대하면 무산되고, 경기도가 반대해도 추진이 쉽지 않다. 또 관련 부처인 행안부 등과도 협의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의원 입법과 특별법 형식으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런데 법안이 국회로 가더라도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민주당 과반수인 이번 국회에선 통과가 어렵다. 다음 국회에서 추진하려면 2024년 총선에서 반드시 국민의힘이 과반수를 얻어야 한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국민의힘에서도 이 정책이 실현될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선거 공약처럼 총선 끝나면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 이걸 정말로 추진하려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부터 다시 조율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김포/류석우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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