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을 함께 했던 동료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경찰에 특채됐다는 의혹을 받는 김순호(59)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사진)이 2022년 12월20일 치안정감으로 승진했다.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계급장을 또 고쳐 단 것이다. 이런 초고속 승진 배경에는 ‘내 편은 끝까지 끌어안는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평소 인사 스타일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89년 경장 경력 경쟁채용으로 경찰에 입직한 김 국장은 경찰국장 임명 과정에서 과거 ‘경찰 프락치’ 의혹 때문에 논란이 됐다. 그는 경찰 채용 직전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조직책으로 활동하다 1989년 초 갑자기 자취를 감췄고 같은 해 8월 경찰이 됐다. 당시 인노회는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지목돼 핵심 회원들이 구속됐는데 이때 김 국장이 정보를 팔아넘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국장은 이후 대공 분야에서 근무하다 1990년대 범인 검거 유공 포상을 몇 차례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찰국장 임명 당시 김 국장은 “(자신은) 노동운동이 아니라 주사파와 단절하기 위해 경찰에 찾아갔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0년 재심에서 ‘인노회는 이적단체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앞서 2022년 8월2일 윤석열 정부는 법 위반 논란에도 시행령을 뜯어고치는 방식으로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강행했다. 이때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국 신설은 경찰의 정권 예속’이라며 크게 반발했고 김 국장은 초대 경찰국장으로 임명됐다.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경찰청 게시판에는 “김순호를 승진시키는 건 여론이나 여러 의견 무시하고 내 생각대로만 가겠다는 것” 등등의 글이 쏟아졌다.
조지호(54)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장도 김 국장처럼 6개월 만에 승진(치안감→치안정감)했다. 조 국장은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또 다른 ‘확실한 내 편’으로 꼽힌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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