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 시절인 2021년 7월20일 청와대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다음 대통령 선거일이 2025년 6월3일로 결정됨에 따라 다음 대통령이 일할 대통령실을 어디에 둘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기지는 졸속으로 옮기는 바람에 시설이 태부족하고 도청 위험에도 노출된 것으로 의심된다. 특히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와 동거하면서 윤석열 내란의 진원지가 됐다는 점에서 대통령실로 계속 쓰기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도시·건축 전문가인 김진애 전 의원은 “용산 대통령실은 범죄와 내란의 현장이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한 곳으로 당장 폴리스라인을 쳐야 한다. 다음 대통령이 아예 그곳으로 가서는 안 된다. 새 대통령 집무실은 임시로 정부서울청사나 외교부 건물로 하고 관저는 삼청동 총리 공관이나 안가를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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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대통령이 들어갈 가장 유력한 공간은 청와대다. 청와대는 1948년 정부 수립 뒤 74년 동안 대통령실로 사용돼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다. 대통령 집무실이 본관과 업무동에 각각 있고, 관저, 여민관(비서실, 국가안보실), 경호처, 국가위기관리센터(벙커), 영빈관, 춘추관(기자회견장), 헬기장, 상춘재, 녹지원 등이 있다. 또 주변엔 경호·경비 부대, 국군서울지구병원(대통령 전용 병원), 안가(안전가옥), 연무관(체육관), 청와대 직원 숙소, 군인아파트, 변전소 등이 마련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청와대로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이고, 국민의힘의 잠재적 대통령 후보 가운데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의원 등도 청와대 복귀를 주장했다.
문재인 청와대의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은 “청와대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고,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브랜드 가치가 크다. 새 대통령은 청와대로 돌아가야 한다. 앞으로 세종시로 행정수도가 이전되더라도 청와대는 국가적 행사나 의전을 위한 대통령실 공간으로 계속 유지해나가야 한다.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대통령이 청와대로 돌아가려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지난 3년 가까이 시민에게 개방돼 보안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현재 본관과 관저, 상춘재, 녹지원, 영빈관, 춘추관이 개방됐으며, 영빈관은 다시 대통령실에서 쓰면서 개방이 제한됐다. 다만, 핵심 시설인 여민관이나 경호처, 국가위기관리센터는 개방되지 않았다. 외부 시설들도 대부분 유지되고 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2022년 당시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군사·안보상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는 대공 방어나 도청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이다. 본관, 관저가 개방됐지만, 업무동과 벙커, 영빈관은 보안이 유지되고 있다. 미군 옆에 있는 용산 대통령실보다 도청 위험도 작을 것이다. 주요 시설을 손봐서 청와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의원도 “청와대의 모든 시설을 보안 점검하고, 도청 방지 장치를 새로 설치해야 한다. 특히 3년 동안 방치된 국가위기관리센터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다른 문제점은 주로 업무를 보는 여민관이 매우 낡았다는 점이다. 3개 건물 가운데 1관은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지어졌으나, 2관은 1969년, 3관은 1972년에 지어졌다. 탁현민 전 비서관은 “여민관이 너무 낡아서 리모델링보다는 신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짓는 동안 청와대 직원들은 주변의 다른 청사들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애 전 의원도 “과거에 청와대 리모델링 마스터플랜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번 기회에 청와대를 전체적으로 손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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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점검하고 손보는 동안은 대통령실 업무동으로 외부의 정부서울청사나 외교부 청사, 창성동 별관, 경호처 건물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 정부서울청사나 외교부 청사는 이미 대통령실로 검토된 적이 있었고, 창성동 별관은 신축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 김건희씨가 검찰의 출장 조사를 받은 경호처 건물도 보안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서울청사나 외교부 청사, 경호처 건물 등을 쓰려면 기존에 입주한 기관들을 내보내야 한다.

세종시 총리 공관(오른쪽 위 숲 속의 건물) 부근의 대통령실 예정지. 세종시 제공.
최근 대통령실을 세종시로 옮기는 방안도 거론된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동연 경기지사, 민주당의 충청권 의원들이 이 의견을 냈다. 장기적으로는 세종시로 수도를 옮겨야 하고, 지역 간 균형 발전이 시급하니 이번에 아예 세종시로 옮기자는 것이다. 복기왕 민주당 의원은 “현재 대부분의 중앙 행정부가 세종시에 있고 지역 소멸 우려도 크다. 최종적으로 세종시로 대통령실을 옮겨야 한다면 지금 청와대로 돌아가는 것은 세금 낭비가 된다. 세종시에 대통령실을 서둘러 마련하고, 다음 대통령 임기 말쯤 들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을 세종시로 옮기는 데도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하나는 헌법을 개정해 ‘세종시 수도(또는 행정수도)’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점이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법률로 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둘째는 현재 세종시에 대통령실이 들어갈 시설이 없다는 점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정부세종청사 주변에 58만㎡의 터를 비워놓았다. 2025년 상반기엔 제2대통령실 건축 설계를 공모하고 2027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것은 제2대통령실 규모이고, 완공 시점도 가늠하기 어렵다. 국회는 2031년까지 세종의사당(제2국회)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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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월 말 당내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번엔 수도 논란을 해소하면서 세종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먼저 법안으로 추진하고 그게 안 되면 원 포인트 개헌이라도 하자. 충청권 의원들이 세종시 관련해서 논의한 것이 있으면 정리해서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행정수도로 만든 세종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만들면 자연스레 대통령실과 국회도 옮겨가야 한다.
이에 대해 3월 초 복기왕 의원 등 충청권 의원들은 이 대표에게 이런 내용을 보고했다. △대통령실 이전 △국회 이전 △세종시 블랙홀 우려에 대응한 충청권 공동 발전 방안 마련 △광역 교통망 확충 △청주 공항 확충 등이었다. 민주당은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나 2010년 행정도시 백지화처럼 세종시가 다시 정쟁거리가 되지 않게 ‘수도 이전’보다는 ‘행정수도 건설’ 개념으로 접근할 방침이다. 복기왕 의원은 “행정수도 건설 정책에서 첫째로 중요한 점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핵심 공약으로 채택하는 것이다. 둘째는 관련 법안을 만드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마련된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조치법’과 비슷한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이 졸속으로 옮긴 용산 대통령실은 다음 정부에서 계속 사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오는 6월4일 새 대통령이 들어가서 바로 업무를 볼 수 있는 곳은 용산 대통령실뿐이다. 단기적으로는 용산 대통 령실을 쓰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윤석열이 파면되면서 새 대통령에겐 대통령직 인수 기간 두 달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병주 의원은 “일단 용산으로 갔다가 청와대를 손봐서 옮겨야 하지 않을까. 다만, 용산은 장기적으로 머물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종대 전 의원도 “용산으로 가는 것이 내키지 않지만, 청와대로 돌아가기 위해 1년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졸속 이전이란 윤석열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번엔 신중히 검토하고 단·중·장기 계획까지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문재인 청와대의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3단계 이전을 주문했다. 윤 의원은 “개인 의견으로는 1단계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로 머물고, 2단계로 청와대로 이전하고, 3단계로 수도 이전과 함께 세종시로 가는 것이 어떨까 싶다. 지금 바로는 청와대나 세종시로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을 충분히 공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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