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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팔리는’ 공영방송 탄압 [뉴스 큐레이터]

등록 2022-10-01 02:29 수정 2022-10-01 23:58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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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방문 때 윤석열 대통령이 “이 새끼” “쪽팔려서” 같은 욕설과 비속어를 말한 사실을 최초 보도한 MBC의 사장과 기자 등에 대해 국민의힘이 2022년 9월29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앞서 대통령이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내 발언을) 사실과 다른 보도로 (한-미) 동맹을 훼손했다.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데 이은 조처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대응팀 위원장을 맡은 박대출 의원은 같은 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의원들과 함께 9월28일 서울 상암동 MBC를 항의 방문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하다가 저지당했다. 준공영방송인 MBC의 최대주주는 국회 과방위의 감사를 받는 방송문화진흥회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번 항의 방문은 적반하장이자 공영방송 탄압”이라고 규탄했다.

앞서 9월21일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간 대화를 나누고 뒤돌아 나오면서 “국회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다는 내용이 100여 개 언론사를 통해 보도됐다. 보도가 나오고 15시간 뒤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고, ‘이 새끼들’은 (미국 국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발언의 앞뒤 상황과 맥락, 방송 카메라에 녹화된 소리 등을 바탕으로 윤 대통령이 애초 미국 국회와 바이든을 지칭했음에도 거짓말한다고 반박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대통령실 해명을 비꼬는 ‘(태극기)휘-바이든’, ‘(미국 대통령)조-날리면’ 등의 패러디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퍼지고 있다.

9월27일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61.2%가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라 발음했다고 답했다. ‘날리면’으로 발언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26.9%였다.

물가와 환율 급등 등 경제불안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집권여당이 공영방송 압박에 주력하느라 민생 챙기기는 뒷전이라는 쓴소리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나온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뉴스 큐레이터는 <한겨레21>의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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