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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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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향한 민주당의 꼼수와 무리수

안건조정위 ‘벽’ 넘으려 민형배 의원 탈당 ‘꼼수’에 당내에서도 “진퇴양난 좁은 골목”
등록 2022-04-23 11:10 수정 2022-04-30 13:30
문재인 대통령이 2022년 4월18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 앞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022년 4월18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 앞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4월 국회 통과를 위해 직진하고 있다. 2022년 5월3일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개정법률안을 의결하고 공포하기 위해서다. 시간은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먼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전체회의, 본회의의 겹겹산을 넘어야 한다. 검찰개혁에 찬성하는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조차 형사사법체계의 큰 변화를 가져오는 법안이니 시간을 충분히 두고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171석의 민주당은 요지부동이다.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의 겹겹산

속전속결을 위해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라는 산을 넘기 위한 민형배 민주당 의원의 탈당(4월20일)이 대표적이다. 국회법은 다수당이 수적 우위를 내세워 법안을 일방 통과시키는 걸 막으려 이견이 있는 안건은 여야 동수 3명의 위원이 안건을 심사하도록 한다. 안건조정위는 90일간 안건 토론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속도전에 장애물이다. 애초 민주당은 탈당한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법사위에 배치해 ‘4명(여당 3명+비교섭단체인 양향자 의원 1명) 대 2명(야당)’ 구도로 이를 넘어서려 했다. 그러다 양 의원이 속도전에 반대 입장을 밝히자 법사위 소속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민 의원을 야당 몫으로 돌리는 꼼수를 실행했다.

초유의 편법적인 입법 전략에 당장 민주당 내부와 검찰개혁 취지에 동의하는 쪽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인 조응천 의원은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4월21일)에서 21대 총선 당시 ‘위성정당 꼼수전략’이 비판받았던 사실을 짚으며 “대선 기간 중에 (위성정당에 대해) 이재명 후보가 몇 번 사과하고 반성했지 않나. 그런데 얼마나 됐다고 이런 탈당 무리수를 감행하는지, 국민들이 뭐라고 생각하실지 좀 두렵다”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원인 이소영 의원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너무나 명백한 편법이다. 우리 스스로 민주정당이길 포기하는 것일지 모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용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원내지도부는 민주당을 진퇴양난의 좁은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다. 급할수록 국민적 공감대라는 넓은 길로 돌아가라”고 적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대국민 인사 테러라고 했는데, (비판 세력이) 민 의원 탈당을 대국회 민주주의 테러라고 한다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4월21일 “검경 개혁 등 형사사법체계 개편은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종합적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강행처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의 직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3월23일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검찰개혁의 핵심은 기소권-수사권의 엄격한 분리다. 민주당은 새 정부 출범 이전까지 검찰개혁을 완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3월24일 선출된 박홍근 민주당 새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이 독점하는 기소권은 존중하더라도 수사권과 관련해서는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바로잡는 것이 낫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있다.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박탈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지금 아니면 안 된다’ 조바심에 무리수

민주당이 대선 패배 이후 검찰개혁 속도전에 나선 배경엔 일차적으로 강성 지지자들의 요구가 있다. 윤석열 정권이 검찰개혁을 후퇴시키고 문재인 정권 인사들에 대한 ‘보복 수사’가 뒤따르리란 우려가 나온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태도에서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조바심도 읽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한 뒤엔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켜도 대통령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앞으로 검찰개혁이 어려워진다는 우려를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애초 법안을 4월21~22일 안건조정위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키고, 4월22일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4월21일 오전 본회의 사회권을 쥔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22일 본회의를 소집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박 의장이 중재에 나서면서 여야 원내지도부가 막판 물밑 협상을 진행했고, 안건조정위 구성은 보류됐다. 국민 여론이 미온적인 상황에서 야당이 “온몸으로 막겠다”며 거세게 반대하는 법안을 상정하기에는 박 의장의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박 의장은 중재안을 직접 만들어 여야에 전달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응천 의원이 4월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의장이) 직권상정을 그냥은 안 해줄 거고, 여야 양쪽을 계속 불러서 서로 양보안을 갖고 오라고 할 것이다. 어느 정도 (그렇게) 한 다음 (박 의장이) 절충안을 제시하고 그렇게 해서 여야 합의를 받아서 (법안을 본회의에) 올릴 것”이라고 내다본 전망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4월22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협상 결과를 보고하고 방침을 논의할 예정이다.

상황은 유동적이다. 극적으로 중재안이 도출되면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 중재안이 도출되지 못하고 애초의 민주당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국민의힘은 예고한 대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법상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만에 강제 종료할 수 있다. 현재로선 171석의 민주당이 180석을 모으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회기를 짧게 세 차례 정도 쪼개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할 전망이다. 이 또한 필리버스터 도중 회기가 끝나면 토론이 종결된 것으로 간주해 해당 안건을 다음 회기에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한다고 규정한 국회법 조항을 이용한 것이다.

이 겹겹산을 뚫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거부권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는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을 향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하지만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리라 보기는 어렵다. 문 대통령은 4월18일 김오수 검찰총장과 만나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국회의 입법도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을 향해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이다’ 등 엇갈린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 쪽은 일단 ‘속도 조절론’에 선을 그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4월20일)에서 ‘속도 조절(주문)은 아닌 것으로 읽힌다’는 진행자의 말에 “정확한 지적”이라고 말했다.

“절차 무시하면 민심 역풍 맞아”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검찰개혁이 필요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도 타당하다. 그러나 국민 동의 수준을 높여야 하고 부작용 등 법조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 시간을 두고 이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짚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이 민형배 의원 탈당 문제처럼 일방 처리를 위해서는 수많은 편법과 무리수를 수반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 과정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민심과 유리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 입법 과정은 원칙과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늘 민심의 역풍을 맞은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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