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이 끝났습니다. 다시 시작입니다.
‘정권 교체’와 ‘정치 교체’를 말했던 대선 후보들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까요. 선거라는 특수한 시기, 상대편 후보의 막말과 네거티브 공세에 대응하느라, 제한된 기간에 최대한의 득표를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이느라, 힘줘 발언하지 못했던 의제를 이젠 말할 수 있을까요? 제1403호 표지이야기 ‘대선, 지워진 목소리들’은 제20대 대선에서 사라진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당장의 삶과 미래를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지만 제대로 발언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20대 여성, 장애인, 빈민, 비정규직 노동자, 기후정의 활동가, 차별금지법 활동가, 동물권 활동가 등 25명에게 들었습니다. 이들은 대선 전에도 외쳤고, 앞으로도 외칠 수밖에 없는 가치를 힘줘 말했습니다. “‘이대남’이 조명받는 동안 사회에서 모든 ‘소수자’는 주변으로 밀려났지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도 대선 후보라면 마땅히 말해야 하는 공약 아닐까요?” “이번 대통령은 어쩌면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마지막’ 대통령입니다.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입니다.” “대선 후보의 한마디가, 한 걸음이 절실합니다.”
이들은 차별·혐오·폭력 금지와 예방, 최소한의 권리 보장, 재난과 불평등에 맞선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합니다. 시급하고도 보편적인 문제를 방치하거나 모른 척하는 대선과 정치에 답답함과 괴리감을 느낍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성별, 나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종교, 병력, 국적, 임신·출산, 혼인 여부, 장애, 정치적 의견, 학력 등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를 제도화하는 일입니다. 기후위기는 지금 당장 체제의 대전환을 요구하는 ‘발등에 떨어진 불’입니다. 이번에도 차별금지법은 외면당했고 기후위기, 빈곤, 성폭력, 장애 같은 문제는 전면에 등장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또다시 외치고 행동합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평등한끼’라는 이름으로 ‘차별을 끊고 평등을 잇는 2022인 릴레이 단식행동’을 2022년 3월14일부터 4월8일까지 이어갑니다. 대선 전에 그랬듯, 이번에도 ‘모두를 위한 내일’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를 외칩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일찌감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2022년 3월24일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선전전을 예고했습니다.
늘 그곳에서 외쳤지만 ‘정치판’에선 사라진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 그런 낮은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야말로 올바르고 유능하며 강한 정치일 것입니다. 기대와 실망을 반복했던 오랜 경험에 굳은살 박인 이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믿을 건 나와 시민들의 더 큰 목소리와 행동뿐임을. ‘정권 교체’와 ‘정권 재창출’이라는 ‘돌림노래’가 끝난 자리에 남은 이들의 행보가 더 궁금해집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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