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사실무근입니다.”
‘그분’으로 지목된 조재연 대법관이 2022년 2월23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말했다. 조 대법관은 2월18일자 기사 ‘정영학 녹취록 등장하는 그분은 현직 대법관이었다’ 출력물 등을 들어올리며 억울함을 넘어 황당함을 피력했다.
“김만배씨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다. 김씨뿐 아니라 대장동 사건과 관련됐다는 어느 누구와도 통화해본 적 없다.” “저나 제 가족이나, 하다못해 친인척 중에서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없다.” “필요하다면 검찰 수사를 받겠다.”
현직 대법관이 기자회견을 자청한 건 유례없는 일이다. 앞서 <한국일보>는 ‘김만배·정영학 녹취록’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정영학 회계사에게 “저분은 재판에서 처장을 했고. 그분이 다 해서 내가 원래 50억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다.” “그래서 그분 따님이 살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 시기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조재연 대법관이 ‘그분’으로 지목됐다.
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대장동 녹취록의 ‘그분’으로 지목한 일이 있었기에, 이재명 후보는 2월21일 TV토론에서 ‘그분’이 조재연 대법관으로 ‘확인’됐다고 발언했다. 조 대법관은 “대선 공개 토론회에서 직접 현직 대법관의 성명을 거론한 일은 유례가 없었다”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공방이 도를 넘는 모양새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의혹은) 검찰 게이트고 윤석열이 몸통이라고 100% 확신한다”고 주장하고, 윤석열 후보는 “대장동 몸통이 국가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영장 들어오면 윤석열은 죽어”라는 발언이 나오는 ‘김만배 녹취록’을 더불어민주당이 고의로 왜곡했다며 2월22일 긴급 기자회견도 열었다.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한 윤 후보에 대해 판사들이 반감을 갖고 있으니 영장이 들어오면 그 즉시 발부될 거라는 의미라고 국민의힘 쪽은 주장했다.
그분이든, 몸통이든,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음해성 주장만이 넘쳐나다보니 실체적 진실은 희미해지고 지켜보는 국민의 피로감만 높아진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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