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가면을 쓰고 출연한 텔레비전 프로그램 <가면토론회>(JTBC)가 2022년 1월18일 종영 결정됐다. 단 두 차례 방영 만이다. 다시보기 서비스도 제한됐다. 이 대표가 프로그램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비판하며 “어부지리로 올라간 안 후보의 지지율은 내려갈 것”이라 말한 것에 국민의당이 반발한 결과였을까. JTBC는 국민의당에 ‘<가면토론회>를 종영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문제는 안철수에 대한 비판 메시지만이 아니었다. ‘마라탕’이라는 별명으로 가면을 쓰고 나온 이 대표는 얼굴을 드러내고는 말하지 못할 매운맛 발언을 쏟아냈다. “난 충분하지 않다고! 이재명 후보 빼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전과 4범이 맞지만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를 충분히 소명했다는 상대의 발언에 대한 답변이었다. 정부의 방역정책을 두고는 “전체주의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1회에서 “나는 누구인가. 왜 여기 있는가 잘 모르겠다”고 말했던 그는 2회에서 본심을 드러냈다. “원래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가지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려고 그랬는데.”
이 대표가 가면 뒤에 숨고 싶던 이유는 뭐였을까. 대선 정국의 중심에 있는 그는 <가면토론회> 도중에 자신을 향한 비판이 나오면, 마치 제3자인 것처럼 스스로를 옹호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낸 ‘연습문제’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이준석 대표가 오만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왜 오만하냐”고 따졌다. ‘여성가족부 해체’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서는 “이준석 대표도 여가부 관련 토론만 8번 이상 나갔어요”라고 말했다. 이준석이 이준석이 아닌 듯하게 말하는 유체이탈 화법이자 블랙코미디였다.
“절박하고 억울했고 가면이라도 써서 목소리를 내보자는 마음이었죠. 처음 가면을 썼을 땐 긴장되고 어색했지만 갈수록 무기력해지고 분노도 같이 올라왔어요.” 회사 쪽에 얼굴이 알려질까봐 ‘가면 시위’에 나섰던 이스타항공 노조원의 말이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에게는 그런 긴장감이나 주저함이 없었다. 본체보다 과장된 말투나 손짓, 평소에 차고 다니던 카시오 시계까지. 약자를 숨겨줬던 가면은 권력을 쥔 이에게는 남몰래 유희를 즐기게 해준 도구였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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