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고 다닌 것은 놀랍지 않으나 공개된 자리에서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건 놀랍다. 권성동 의원을 만났을 때는 마침 트인 식당이라 사람들이 사진 찍기를 청하자 잘 응해주었단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왜 방역수칙은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까. 동행한 누군가 찍어준 듯한 사진에서 그는 마스크를 턱에 걸치거나 벗어 손에 들고 있다. ‘윤석열 쪽 제공’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언론 지면에 실린 걸 보니 최소한 어떤 사진인지 본인도 알고 게재를 허락했을 텐데 이런 둔감함은 대체 무엇일까. 밥 먹을 때 아니면 음식점 실내에서도 마스크는 써야 한다. 모두가 불편해도 실천하는 ‘국룰’ 아닌가. 정치하겠다는 사람이 이런 기본적인 공적 감수성조차 없나.
그가 공사 구별을 잘 못한다는 사실은 2년 전 총장 인사청문회 당일 <뉴스타파> 보도에서 본인 육성으로 확인된 바 있다. 친한 검찰 후배의 형이 난처한 처지라 말을 좀 거든 정도였던 것으로 대충 퉁치고 넘어갔다. 그러나 현직 검사로서 도와서는 안 되는 위치였고, 상대도 비위 혐의를 받는 세무서장이라 도와서 안 되는 대상이었다. 최근 검찰은 그의 장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장모 최아무개씨는 동업자들과 불법으로 요양병원을 설립해 요양급여 22억여원을 부정하게 수급한 혐의를 받는다. 이 며칠 전 그는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내 장모는)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무리 총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고 장모의 무고함을 철석같이 믿는다 해도 부적절하다. 당장 수사와 재판에 아주 안 좋은 개입이 될 수 있다. 그가 내세우는 ‘법치’와 ‘공정’에서 한참 어긋난 건 물론이다. 게다가 그는 현직에 있을 때 처가 관련 수사를 미적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가족을 포함한 친인척 비위는 공직을 맡으려면 가장 경계할 일이다. 그에게서 보이는 이런 식의 이율배반이 한둘이 아니지만, 대권으로 밀어 올려진 과정을 고려해 이해해보려 애쓰는 중이다. 대권 도전을 하지 말란 법은 없다. 문제는 내용이다. 왜 대통령이 되려는 것일까. 그가 품은 가치와 계획은 무엇인가.
그동안 공부를 많이 하고 다닌다는 소식이 꾸준히 전해졌다. 그런데 3월 초 검찰총장을 그만둘 때나 5월에 낸 5·18 메시지에서나 그가 내놓은 공식 발언을 보면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선언’ 외에 뭐 하나 잡히는 게 없다. 그를 내세운 책들도 손발 오그라드는 일방적인 예찬인지라 정작 그의 콘텐츠는 도통 가늠이 안 된다. 대신 그를 둘러싼 사람들과 말들만 넘쳐난다.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 오피스텔은 그에게 줄 대려는 ‘업자’들이 쑤시고 다녀 난리라고 할 정도다. 이른바 측근들의 ‘카더라’에 질려갈 즈음, 그는 6월 내 국민의힘 입당을 기정사실화했다. 입당과 동시에 평당원으로 대선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한다. 이조차 야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는 왜 스스로 말하지 않을까.
자신도 확신이 없는데 현 정권이 밉고 싫어서 자신에게 쏠리는 이들의 지지세에 거참 허참, 못 이기는 척 올라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력에서 묻어나는 ‘그 구역의 큰형님’ 스타일에 비춰봐도 ‘가오 빠지는’ 일이다. 온갖 조명 다 받으며 조용필처럼 등장하겠다는 얘기를 주변 입을 통해 전하면서, 특권을 거부하고 몸을 낮춘 자세라는 해석을 덧붙이게 두는 걸 보니 더욱 미덥지 않다. 과잉된 말은 부유하는데 적정한 태도와 내용은 아무리 봐도 없다. ‘통 큰 형님’으로서는 굳이 따지거나 거리두기 하지 않아도 될지 모르나 최고 지도자를 욕심낸다면 이런 식의 주변 관리는 대단히 곤란하다.
윤석열은 혹독한 검증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자신 없으면 나서지 마시라. 다른 건 몰라도 마스크는 잘 쓰는 이준석이 마스크도 제대로 안 쓰는 윤석열을 ‘실드 치는’ 모습은 영 보기 딱하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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