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025년 6월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눈을 감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방위 출신을 국방부 장관에, 현역 철도 노동자를 노동부 장관에 지명하다니. 이재명 대통령이 사람을 잘 쓰는 것 같다. 사실상 첫 개각에 해당하는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프로필을 보니, 서울대 출신이 단 두 명인 것도 눈에 띈다. 디테일이 살아 있다.
어쩌면 당연한 걸 당연하게 했을 텐데 워낙의 ‘기저효과’ 때문인지 실용적이고 실험적인 인선이라는 칭찬을 듣는다. 속도감도 있다. 이재명 정부 3주간 한 일이 전 정권 3년간 한 일보다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물가와 집값이 걱정되나, 우리가 지금 그걸 걱정한다는 사실에 오히려 ‘안도감’마저 든다. 일상이 되돌아왔다. 새 대통령은 짐작보다 준비돼 있는 듯하고 지지하지 않던 이들 사이에서도 “믿어보자”는 평이 나온다. 내 엄마는 그간 격렬히 “이재미이는, 영 관상이 아이다” 하더니, 이제는 웃을 때 설경구 닮았다는 농담까지 내놓아 나를 놀라게 했다.
주가가 오르듯 나라도 활력을 되찾으리라 믿고 싶은데,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따르는 의혹과 그에 대한 대처는 영 찜찜하다. 분명 ‘뭔가’ 있어 보이는데 그 자리를 온통 ‘말들’로만 눙치며 뭉개고 있어서다.
과거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처벌받은 이력상 그는 자신에게 제기된 재산 의혹만큼은 최대한 성의 있고 꼼꼼하게 밝히는 게 마땅하다. 공식적으로 번 돈과 쓴 돈이 차이가 많이 나니 누구라도 궁금해할 만하지 않은가. 그는 마지못해 하나씩 해명을 내놓았으나 그나마도 억지로 맞춘 듯하다. 내놓지 않을 이유가 없는 증빙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수입의 일부(2억원)는 장모님 지원이고 증여 처리도 했다면서, 사인 간 채무는 최근 대출받아 다 갚았다면서, 왜 증여세 납부 내역이나 금융거래 내역을 내놓지 않는가. 그리 오래되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자료인데 말이다. 본인의 유학 자금도 석연치 않다. 전세금 빼서 배추밭에 2억원을 투자해 매달 450만원씩 받았다는 게 말이 되나.
대신 자신의 억울함은 과한 비유를 써가며 호소했다. 자신이 처벌받은 건 검찰의 ‘표적 사정’ 때문이고, 야당의 공격은 ‘제2의 논두렁 시계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출판기념회 수익 등에 대해서는 “국민 눈에 큰돈이지만 과하지 않다”며, 내역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정치 신인과 정치 전체에 대한 제 책임을 생각”해서라고 한다. 돈 벌 기회를 앗을까 염려된다는 건지 상대적 박탈감을 안길까 걱정된다는 건지도 모호하다. 궁색한 변명에 이런 허세까지 더하니 보기 심히 민망하다. 옆에서라도 말리면 좋겠는데 여당 의원들은 “바보 김민석”이라는 별칭까지 붙였다. 끌어안고 눈물이라도 흘릴 기세다. 워워 왜들 이러시나.
온 국민이 함께 재난을 통과해온 심정으로 새 정부의 행보를 보고 있다. 첫 총리인 만큼 많은 사람이 기꺼이 해명‘당할’ 준비가 돼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명쾌하지 못하면 겸손하기라도 해야 할 게 아닌가. ‘국민 눈에 큰돈’이면 미안해해야 한다. 불로소득으로 공부하고 생활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 나이에 재산이 2억원밖에 없다고 스스로 불쌍해하기 전에, 뼈 빠지게 일하고도 2억원이 없는 또래에게 머리 좋고 인맥 좋아 이만큼 왔다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자기 옳음에 취하고 세비 외에 스스로 돈 한번 벌지 않고 그런 자신에게 연민까지 잔뜩 지닌 60대 아저씨라니… 국민주권정부의 첫 총리로는 매우 안 어울린다. 왜 김민석이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소년범 의혹’ 조진웅, 배우 은퇴 선언…“질책 겸허히 수용”

트럼프가 이겼다…대미 3500억불 투자 손해, 자동차관세 절감 효과 2배

박나래, 상해 등 혐의로 입건돼…매니저에 갑질 의혹

유시민 “통화·메시지 도청된다, 조선일보에 다 들어간다 생각하고 행동해야”

바다를 달리다 보면…어느새 숲이 되는 길

법원장들 ‘내란재판부 위헌’ 우려에 민주 “국민 겁박” 국힘 “귀기울여야”

‘갑질 의혹’ 박나래, 전 매니저들 공갈 혐의로 맞고소

서울고검, ‘쌍방울 대북송금’ 증인 안부수 구속영장 청구

‘쿠팡 외압 의혹’ 당사자, 상설특검 문 연 날 “폭로한 문지석 검사 처벌해달라”

쿠팡 손배소 하루새 14명→3천명…“1인당 30만원” 간다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resize/test/child/2025/1205/53_17648924633017_17648924515568_2025120450403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