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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4구역 원안 설계 외국업체 “현 사업에 깊은 우려” 유네스코에 서한

“서울시, 기존 합의 및 사전 승인 사항 어기고 추진”
등록 2026-02-07 18:10 수정 2026-02-08 08:19
2017년 네덜란드 건축사사무소 ‘케이캅’(KCAP)이 설계한 세운4구역 국제설계현상공모 당선작(왼쪽)과 2023년 7월 용적률을 660%에서 1028%로 올린 뒤 나온 설계 대안.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2017년 네덜란드 건축사사무소 ‘케이캅’(KCAP)이 설계한 세운4구역 국제설계현상공모 당선작(왼쪽)과 2023년 7월 용적률을 660%에서 1028%로 올린 뒤 나온 설계 대안.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3년 서울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세운4구역)의 용적률을 올려 145m 높이 고층 건물을 짓기로 결정하면서 폐기한 기존 설계를 만들었던 네덜란드 건축사사무소 ‘케이캅’(KCAP)이 “현 사업 진행 방향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유네스코에 서한을 보냈다.

케이캅은 2026년 2월6일 보도자료를 통해 “저희는 대한민국 서울에 위치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를 둘러싼 현 상황에 대한 서한을 유네스코에 송부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케이캅은 유네스코에 보낸 서한에서 “해당 유산(종묘)을 둘러싼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이자 세계 시민으로서 현재 사업 진행 방향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기존에 승인된 설계안(높이 71.9m 미만)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업이 기존 합의 및 사전 승인 사항을 어기고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케이캅은 2017년 세운4구역 국제현상설계공모에서 1등으로 당선돼 설계의 마스터플랜에 해당하는 계획설계를 맡았다. 앞서 한겨레21은 서울시가 2023년 세운4구역 용적률을 1.6배가량, 건물 높이를 2배 이상 높이기로 한 뒤 시행사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기존 계획설계권자인 케이캅에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아무런 공모 절차 없이 중간·실시설계권자인 희림에 계획설계권까지 부여하는 수의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제1592호 참조)

세운4구역 설계 원안의 계획설계를 맡았던 네덜란드 건축사사무소 ‘케이캅’(KCAP)이 2026년 2월6일 유네스코에 서한을 보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3년 원안 설계를 폐기하고 용적률을 올려 145m 높이 고층 건물을 짓기로 계획을 변경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케이캅 보도자료 갈무리

세운4구역 설계 원안의 계획설계를 맡았던 네덜란드 건축사사무소 ‘케이캅’(KCAP)이 2026년 2월6일 유네스코에 서한을 보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3년 원안 설계를 폐기하고 용적률을 올려 145m 높이 고층 건물을 짓기로 계획을 변경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케이캅 보도자료 갈무리


앞서 케이캅은 2026년 1월26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저희는 건물 높이 및 주변 환경과의 조화에 대해 협의를 거쳐 최적의 설계안을 마련했으나, 새로운 계획안이 이러한 논의를 무시하고 근본적으로 다른 설계 방식을 채택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제1599호 참조) 케이캅은 “저희는 2017년 세운4구역 국제설계 공모전에서 당선된 후, 관련 심의를 포함한 계획설계(SD)와 실질적인 디자인 적용을 위한 사후설계관리 서비스를 2024년 2월 발주처의 정산 요청 시점까지 성실히 수행했다”며 “당시 저희는 후속 개발 단계에도 참여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 진행 과정에서 제외되었고 어떠한 보상도 없이 용역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케이캅은 이러한 입장문 내용도 유네스코에 함께 송부했다고 밝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2025년 3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공식 서한을 통해 종묘 앞 재정비사업에 대한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를 요청했다. 특히 11월에는 세계유산영향평가 결과를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하면서, 조치 사항 등을 가급적 한 달 이내로 회신해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아무런 회신도 하지 않자, 국가유산청이 2026년 1월30일까지 회신하지 않으면 “유네스코와 공유하고 현장 실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2026년 1월28일 세운4구역 고층 건물이 종묘 경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에 대해 “단편적 판단이나 일방적 요구가 아닌 객관적 검증과 이해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회신했다. 그러면서 세계유산영향평가 범위, 방식, 수용 여부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전문가, 주민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케이캅은 “저희는 위와 같은 의견과 사실을 담은 서한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센터에 전달했음을 알려드린다”며 “이 논란이 조속히 종식되고 종묘의 위엄과 진정성이 온전히 회복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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