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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죽다 살아난 이재명, 다음 행보는?

등록 2020-07-18 13:41 수정 2020-07-18 14:4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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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미 목이 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7월16일 대법원 판결은 그런 의미에서 ‘죽다 살아난’ 결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전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지사직은 유지된다.

쟁점은 이재명 지사가 2018년 선거 방송 토론에서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그런 일 없다”고 답한 걸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있느냐는 거였다. 대법원은 이재명 지사가 이 질문을 “불법을 저질렀느냐”는 취지로 이해하고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의미로 답한 거로 해석했다.

앞서 1, 2심은 이재명 지사가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 한 것은 사실이나 적법한 근거를 갖춘 일이었다고 봐서 직권남용에 대해선 무죄 판단을 했다. 이렇게 보면 이 지사 답변은 허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고 방송 토론은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으며 일부 허위 표현이 나오더라도 사후검증 방식으로 다루는 게 적절하다는 앞선 판례를 따르기로 했다고도 한다.

그런데, 이렇다면 이렇고 저렇다면 저런 문제인 느낌도 있다. 대법관들도 마찬가지였는지 판결에 참여한 대법관 12명(김선수 대법관 회피) 중 5명은 유죄 취지인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지사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은 숨기고 유리한 사실만 덧붙이는 등 적극적인 사실 왜곡을 했다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7 대 5로 판단이 나뉘었다는 건 의견 분포가 거의 ‘반반’이었다는 거다. 이 때문인지 미래통합당은 “법리적으론 무죄지만 정치적으로는 유죄”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지 않을 수는 없겠으나 이런저런 정치적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집권여당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 서울·부산에 이어 경기도에서까지 광역지자체장 보궐선거를 치르는 부담을 덜게 됐고, 유력 대권주자가 또 없어지는 일 역시 피하게 됐다.

이재명 지사는 ‘전투형 노무현’ 또는 ‘한국의 두테르테’라는 엇갈린 평을 듣는다. 필요한 일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법 제도의 한계를 넘어서라도 하고야 말 사람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응에서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머물던 경기도 가평 연수원과 과천 본부를 직접 찾아간 것이나 특별사법경찰관을 동원해 대북전단 살포를 막겠다고 한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제도의 한계 때문에 문제 해결이 안 된다고들 믿는 시대에 이런 사례는 이재명 지사가 대권 주자로서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반면 이 지사를 경계하는 사람들은 막말 등의 논란에서 공적 권한을 사적 복수 등에 활용하는 ‘악인’과 같은 면모를 본다. 물론 이런 시각은 지난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정치인의 ‘이미지’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 지사에게 도덕이나 윤리보다는 어떤 뻔뻔함을 기대하는 것도 사실이다.

‘맑은 사람’의 추악한 이면이 드러나는 게 일상이 된 시대다. 이 지사와 같은 리더십을 원하고 기대하는 사람은 더 많아지리라 예상한다. 그가 추구하는 정책이 그나마 ‘진보’에 가깝다는 건 다행인 듯도 하다. 이런 분위기가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아무튼 논란의 정치인이 날개를 달게 됐다는 사실만은 분명해졌다.

김민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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