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0일 시작하는 제21대 국회 앞에도 4년이라는 국회의 시간이 펼쳐집니다. 코로나19로 여기저기서 삶이 무너져내리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국회가 할 일이 많습니다. 제21대 국회 앞으로 7통의 편지가 배달됩니다. △10대 청소년 △성소수자 △20대 여성 △학부모 △배달노동자 △1인 가구주 △노인. 가장 보통의 사람들이 가장 보통의 바람을 꾹꾹 눌러쓴 손편지입니다. 편지를 받은 의원과 정당이 정성스레 답장을 쓰듯, 시민들이 요구하는 법안과 예산안을 차근차근 완성했으면 합니다. <편집자 주>
제21대 국회 초선 의원님들 보세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협동조합주택 중 하나인 무지개집에 살고 있는 열다섯 명의 성소수자입니다. 지난 4·15 총선을 누구보다 관심 있게 지켜보고 또 참여한, 성실하다고 자부하는 시민들이기도 합니다.
올해 시작된 코로나19는 한국 사회가 위기에 놓였을 때, 누가 가장 큰 위협에 처하게 되는지, 또한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결국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해를 끼치게 되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지역의 주민, 이주민, 빈곤층, 집단시설 거주인, 장애인 그리고 성소수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늦었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며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장이 전체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길이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우리나라에서도 필요하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절실히 깨달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도, 어떤 상황에서든 학교나 직장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하고, 법과 제도에서 소외받지 않아야 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살 수 있어야 하고, 아플 때 마음 편하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차별금지법은 그런 최소한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보호장치입니다.
차별금지법은 2006년부터 수차례 입법을 위한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일부 세력의 조직적인 방해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핑계 뒤에, 숨어버린 정치인들에 의해 번번이 폐기되거나 “나중에” 해야 할 일로 미뤄져왔습니다. 어떤 법안도 국민들이 100% 합의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사회에서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 혐오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듯, 다수의 사람들이 지지하는 사안입니다. 지난 수년간 유엔 등 국제인권기구에서도 이와 같은 변화를 촉구했고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이 오래도록 요청해왔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를 피하려는 듯합니다. 정부의 의지가 없다면 국민들의 의견은 누가 대변해야 할까요? 국회, 특히 의욕 넘치고 활약이 기대되는 초선 의원님들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피해왔고 미뤄왔던 숙제, 21대 국회에서는 풀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방역뿐만 아니라 인권도 앞서가며 주목받을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분명 의원님들에게도 기념비적 업적이 될 것이며 미래의 시민들은 그 역사를 기억할 것입니다. 이제 막 국회에 입성한 여러분들은 소속 정당의 이익보다도 국민의 생존과 기본권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진정한 국민의 대리자임을 믿습니다.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멋진 활약을 보여주십시오!
2020년 5월14일 무지개집 거주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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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20대 국회는 퇴보했다. 적어도,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만 놓고 보면 그렇다. 2007년 참여정부 때 법무부가 차별금지법안을 제출한 이후 17~19대 국회에서 이 법안의 발의와 폐기가 반복됐으나 20대 국회에선 발의조차 안 됐다. 장애·학력·학벌·연령 차별을 막는 제정·개정안이 개별적으로 제출됐을 뿐이다. 차별 사유에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이 포함된 차별금지법을 두고 ‘동성애를 조장하는 법안’이라고 억지 주장하는 일부 종교계와 보수 진영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21대 국회는 진보할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은 2017년 대선에 이어 2020년 총선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약속하지 않았다. 주요 원내 정당 중에선 정의당이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다만 차별금지법 제정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국가인권위원회가 법안명을 ‘평등기본법’으로 바꿔서라도 “(의원 입법으로) 9월 정기국회 법안 상정을 목표로 추진”(최영애 위원장)하겠다고 밝혔다.
‘생활동반자법’도 대부분 성소수자가 희망하는 법안이다. 결혼제도나 혈연으로 묶이지 않은 채 함께 사는 ‘생활동반자’에게도 가족관계 같은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다. 차별금지법과 같은 이유로 아직 발의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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