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이 나라를 이끌어갈 대통령이 탄생할 날이.
과 대선 주자 ‘꼬치꼬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만났던 모든 후보들께 먼저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후보도 힘들겠지만 국민도 짧은 기간 동안 후보들을 검증하고 선택해야 하기에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함께 분노했고, 함께 촛불을 들었다. 그런 절실함이 나로 하여금 여러 후보를 발로 뛰며 만나게 했고 꼬치꼬치 묻게 했다.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꼬치꼬치 인터뷰에선 만나지 못했다. 사적으로 만나거나 콘서트의 게스트, 진행한 시사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만나긴 했다. 대선 후보 인터뷰를 마무리 삼아 그들을 포함해 그동안 만난 후보들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하려 한다.
블랙리스트의 ‘시조새’문재인 후보의 첫 느낌은 따뜻함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블랙리스트의 ‘시조새’라고 말한다. 이명박 정권 때 민간인 사찰 문건에 내 이름이 올랐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이유로 MBC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에서 물러나야 했다. 코미디언인 내가 정부의 사찰 대상이었다는 사실에 뿌듯하다. 내가 그만큼 ‘대단한 사람’이라는 방증 아니겠는가?
여하튼 나는 MBC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CBS 시사 프로그램을 새로 진행하게 되었다. 문재인 후보는 오로지, 그런 나에게 쓰러지지 말라며 용기를 주려고 막 시작한, 유명하지도 않은 내 프로그램에 일부러 출연했다. 부당하게 내쳐진 나를 응원해주던 따듯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문 후보였다. ‘허허허~’ 늘 웃던 그가 요즘 대선 토론을 보면 단단해진 느낌이다. 부디 그의 말대로 썩어가는 곳은 도려내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하는 집은 새 토대 위에 탄탄하게 지어주길 바란다.
안철수 후보의 첫 느낌은 실크같이 고운 사람이었다. 안 후보가 전국으로 ‘청춘 콘서트’를 다닐 때 나는 게스트로 초대돼 처음 인사를 나누었다. 이후 MBC 노조 행사에서 만났다. 그는 “대선 완주를 할 거냐”는 내 질문에 “방금 다리를 폭파시키고 왔다”며 “이제 돌아갈 수 없다”고 자신의 의지를 표했다. 솔직히 나는 그때 그가 ‘정치를 안 했으면’ 하고 바랐다. 내가 보기에 그는 실크처럼 고운 사람이었다. 실크는 잘못 만지면 금방 구겨지기에 고운 그가 구겨지지 말았으면 했다. 그런 바람을 무대에서 이야기했건만 그는 정치인의 길을 택했다. 목소리도 바꿨고, 표정도 바뀌었다. 그 길을 선택했으니 국민이 이긴다는 초심대로 흔들리지 않고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해주기 바란다. 며칠 안에 그의 운명이 어찌될지는 모르겠지만 건투를 빈다.
‘아님 말고’식 정치는 뿌리 뽑혔으면심상정 후보. 이런 똑소리 나는 대통령도 좋겠다 싶은 사람이다. 꼬치꼬치 인터뷰의 인연 때문에 TV조선 보도국에서 심 후보를 검증하는 대선 특집 프로그램 에 검증단 일원으로 출연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심 후보를 처음 만났을 때 “정의당이 스피커가 약해서 지지도가 올라가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말하며 속상해했다. 나는 기꺼이 그의 스피커 볼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로 했다. 실제 그 뒤 그의 스피커 볼륨은 높아졌고 지지율은 5% 박스권을 뚫고 올라갔다. 예전엔 ‘심다르크’가 별명이어서 강한 이미지였는데 현재 별명은 ‘심블리’. 러블리하다는 뜻에 심이 붙어 심블리란다.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음메~ 기살어~’를 외치던 내 캐릭터 순악질 여사처럼 강한 이미지의 그도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사랑스러운 심블리 심상정의 똑소리 나는, 살림살이 나아지는 정치를 기대한다.
내 기억 속 홍준표 후보는 얼렁뚱땅 잘 넘어가는 캐릭터다. 예전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BBK 의혹’ 사건 때 기자가 곤란한 질문을 던지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식사하셨습니까?” 다시 기자가 묻자 되물었다. “식사하셨습니까?” 이번 대선 토론에서 그는 여당에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게 무슨 잘못이냐며, 참여정부 때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코미디언 2명이 블랙리스트 없이도 5년 동안 방송출연을 못했다고 했다. 참여정부는 블랙리스트도 없이 비겁하게 숨어서 탄압했단다. 자기는 경남도지사를 할 때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종북단체 지원을 일절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기가 막힌 이야기다. 대통령이 되려는 분의 이런 구태라니. 팩트체크! 사실은 이렇다.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코미디언이 참여정부 때 미움을 사서 출연을 못했다는 말은 거짓이다. 당시 내가 (KBS)라는 프로그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때였다. 홍 후보가 말하는 그 코미디언의 소속사 대표는 에 출연하던 후배들을 몽땅 다른 방송사에 데려가 참 힘들게 했다. 옮겨간 다른 방송사 새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안 나와서 일찍 막을 내렸다. 그래서 설 자리가 없어진 거다. 이게 사실이다. 탄압받았다는 그 코미디언도 자신이 탄압받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이제 관절염보다 더 지긋지긋한 종북몰이, ‘아님 말고’식 정치는 뿌리 뽑혔으면 한다.
선택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유승민 후보의 첫인상은 젠틀맨이다. 그의 말과 몸짓에선 가정교육이 아주 잘된 모범생 느낌이 묻어나왔다. 경제전문가로서 과거 정부의 정책을 만드는 데 참여했을 텐데 왜 우리 경제가 이 지경이 되었느냐는 내 질문에 그는 미안함 가득한 얼굴로 “맞다, 그런 점에서 책임을 느낀다. 여러 경제전문가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아주 쿨하고 솔직하게 자기반성을 했다. 내가 그의 표정에 속는 것이 아니라면 그는 정말 진솔했고, 새로운 보수의 시작을 만들고 싶어 했다. 대선 후보 토론을 잘한 순서로 1위인 유승민 후보가 지금 당내 후보 단일화 요구에 힘들어하고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선 완주를 외치는 그를 심상정 후보식으로 응원한다. ‘굳세어라! 유승민!’
국민은 불안하다. 짧은 기간 동안 대선 후보들을 살펴보고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밤늦게까지 하는 대선 후보 토론도 일부러 꼭 챙겨보면서 후보들을 살핀다. 좋아서, 편안한 마음으로 보는 것이 아니기에 정책이 아닌 말장난을 벌이는 후보들을 보면 속이 터진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구태로 돌아가고, 과거 이야기에 치중하고, 약점을 후벼 파는 식의 토론이 이어진다. 누가 진정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이 나라를 지킬 후보인지 보이지 않는다. 답답하다.
이제 우리에겐 선택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 나라를 짊어지고 국민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새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아야 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그가 누구든 신이 아니기에 혼자서 전지전능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것. 우리가 또 어떤 민족인가? 한다면 하는 슬기로운 사람들 아닌가. 부디 지혜를 모아 이 어둡고 답답한 현실에서 탈출할 묘안을 내주기를, 현명한 지도자가 탄생하기를 진정 두 손 모아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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