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민간통제선 마을 주민들이 두 발 뻗고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10월15~16일 군이 김포 하성면 가금리 애기봉에 있던 전망대를 철거했기 때문이다. 통일부의 묵인을 등에 업은 보수 성향 기독교 단체들이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등탑을 성탄 트리로 활용하는 바람에 마을 주민들은 북쪽의 ‘포격’ 위협에 시달려온 참이다. 김포시는 애기봉의 기존 전망대를 철거한 자리에 평화공원을 꾸밀 예정이다. 공원이 완성되면 18m 높이의 현재 철탑 대신 높이 54m의 새로운 전망대가 들어선다.
[“왜 등탑을 없앴느냐. 도대체 누가 결정했느냐.”] 김포 주민들이 하루라도 발 뻗고 자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이도 있나보다.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애기봉 철거 관련 보도를 언론을 통해 확인한 뒤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한다. 책임질 일에는 노골적인 유체이탈 화법을 고수해온 박 대통령이 시설물 하나 철거하는 데 유독 자신의 ‘권한’을 주장한 이유가 뭘까.
[아버지의 유품이라서?] 애기봉 철탑은 1966년 애기봉을 방문했다가 병자호란 당시 평양감사를 기다리던 그의 애첩 ‘애기’의 비화를 전해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시해 1971년 세웠다. 직접 비석에 휘호까지 새겼다.
아니면 체면 때문? 애기봉은 남북관계의 바로미터로 여겨져왔다. 대북 강경 노선을 유지해온 박근혜 정부의 철탑 철거는 자칫 북한의 눈치를 본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벌써 보수단체 회원들은 “철거한 자리에 3배 크기의 철탑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원성이 자자하다. 일이 이렇게 되자 국방부는 허겁지겁 철탑 옆에 “디지털 전광판도 세울 것”이라고 밝혀 김포시를 난처하게 하고 있다.
결국 모처럼 물꼬가 트인 대화 분위기 속에서 10월30일 약속됐던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은 결렬됐다. 그 와중에도 탈북자단체는 10월31일 경기도 포천에서 또 삐라(대북 전단) 100만 장을 날려보냈다. 아이고, “통일 대박” 의미 없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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