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는 우리 삶의 많은 조각들을 바꾸어놓았다. 일상의 한구석을 당당히 꿰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란 요물 역시 마찬가지인 듯싶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2013년을 기점으로 SNS 시장에서 뚜렷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2012년까지 140자 분량의 트위터가 SNS의 대표주자로 군림했다면, 이제 그 지위는 페이스북을 거쳐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또 다른 후발주자들에 의해 위협받는 중이다. 국내 사정만 봐도 알 수 있다. 네이버가 자회사 캠프모바일을 통해 지난해 8월 처음 선보인 서비스인 밴드는 지난 10월 기준으로 2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결성된 밴드만 750만 개로 추정된다. 카카오그룹(카카오)이나 데이비(SK커뮤니케이션즈) 역시 비슷한 성격의 서비스로 꼽을 만하다.
나라 밖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예로 온라인상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특성을 지닌 서비스인 스냅챗은 미국 청소년들에게 특히 인기를 끈다. 친구들끼리 주고받은 사진이 10초 뒤면 자동적으로 삭제되도록 한 게 특징이다. 아예 커플처럼 두 사람끼리만 실시간으로 사진이나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페어란 이름의 SNS도 등장했고, 가족끼리만 묶어주는 이른바 FNS(Family Network Service)도 있다. 이런 성격의 서비스를 한데 일러 ‘프라이빗 SNS’라 부르는 배경이다.
텍스트나 사진, 동영상 가운데 한 가지에만 특화한 서비스나, 특정 분야에 관심을 지닌 사람들끼리만 묶어주는 서비스도 빠르게 존재감을 알리는 중이다. 사진 전문 SNS인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 텍스트 위주의 볼드매틱 등이 전자의 예라면, 플립보드나 국내의 인터레스트미(CJ E&M), 워너비(네이버) 등은 후자의 예라 하겠다. 이를 두고, SNS를 대신할 INS(Interest Network Service) 시대의 등장이란 평가를 내리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쩌면 우연인 듯 보이는 이런 흐름들이 단순히 기술 변화에 의해서만 추동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관계, 너무 많은 정보’ 속에 포획돼버린 일상의 반작용이란 측면이 더 강한 편이다. 한마디로, 현재 세상은 개방형 SNS에서 폐쇄형 SNS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관심은 불특정 다수와의 (피곤한) 소통보다는 엇비슷한 취향과 의식을 공유하는 소수와의 ‘강한 연결’(strong tie)에 무게중심을 둔 이런 흐름이 진취적이고 팽창적인 성향의 사회문화에서 파편화되고 상호 분절된 사회문화로의 이행을 방증하는 것이냐로 쏠린다. 사회의 보수화를 반영하는 또 하나의 징표일까, 아닐까?
국가정보원이 지난 대선에 개입할 목적으로 트위터로 올리거나 퍼나른 것으로 확인된 글이 121만228건까지 늘어났다. 물론 그 숫자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121만228건 가운데 86.1%인 104만2116건의 트위터 글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직접 쓰거나 제3자의 글을 퍼온 2만6550건의 ‘원글’을 자동 복사·전파 프로그램(봇 또는 트위트덱)으로 리트위트한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은 트위터의 개방적·팽창적 속성을 최대한 활용했다. 2017년 대선 때도 우리 사회의 어딘가에선 여론을 조작하고 공론의 장을 훼손하려는 음습하고 불온한 손길이 분주히 움직일지 모른다. 물론 당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최고 성능의 무기로 무장한 채. 그 무기는 과연 폐쇄적이고 점차 파편화되는 소통의 장을 더욱 잘게 쪼개는 쪽으로 작동할까? 우리는 그 무기에 어떻게 맞대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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