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size="3"><font color="#1153A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font></font> 일제 침략에 대해 선보인 삼단논법, 우리는 그 신선함을 인정하려 한다. ①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다. 국가 간 관계를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②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할 순 없다(일제 침략을 사과할 수 없다). ③외국에서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외교에 별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다. 이 ‘깔끔한’ 논법은 앞으로 ‘정신승리’를 갈망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며 끊임없이 갈고닦아 발전시키지 않을까 싶다.
이를테면 4·24 부산 영도 국회의원 재보선에 당선되자마자 박근혜 대통령의 ‘해수부 부산 유치 적극 검토’ 약속을 뒤집고 ‘세종시 적합론’을 펼치고 나선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①해양수산부를 어느 지역에 둬야 하는지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다. ②부산에 두자고 한 건 나였으니, 박 대통령이 사과할 일은 아니다. ③부산 사람들의 반응이 안 좋지만, 적당한 때 ‘우리가 남이가’만 한 번 하면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font size="3"><font color="#1153A4">32년 만에</font></font> 대검 중앙수사부 현판을 내린 검찰! ①정치검찰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다. ②중수부를 폐지하는 마당에 정치검찰에 대한 비판을 그대로 계승할 순 없다. ③중수부를 대리할 핵심 수사라인에 대구·경북(TK) 인맥이 포진했다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우리는 절대 그런 검찰이 아니므로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를 했다고 입길에 올랐던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 미국 테라파워 회장! ①악수할 때 왼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다. ②호주머니에 있던 나의 왼손에 대해 사과할 수 없다. ③미국인의 인사 예절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 한국에서 나오고 있지만, 내 사업이나 자선활동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font size="3"><font color="#1153A4">휴일에 관용차를 타고</font></font> 동창회에 참석하다 오토바이와 충돌 사고가 난 홍준표 경남지사! ①도지사의 동창회 참석이 업무인지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다. ②동창회에 갔다가 합천군 의회 의장을 만날 일정이 있었으니, 엄연히 공무를 보러 가다가 일어난 일이다. 사과할 일이 아니다. ③오토바이 운전자는 대구 영남대병원으로 이송했으니, 진주의료원은 폐업해도 괜찮다는 나의 논리엔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운영자로 지목된 대학병원 전문의 아무개씨! ①의사가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다. ②나는 일베를 만들고 운영하며 매달 수천만원대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논란이 되는 일베의 이상한 얘기들은 이용자들이 한 거니 내가 사과할 일은 아니다. ③내가 12억원을 받고 ‘일베’를 판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내가 누군지는 어차피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font size="3"><font color="#1153A4">이렇게 소중한</font></font> 삼단논법을 소개해주신 아베 총리에게 보답하는 차원에서 나도! ①한국인이 일본 총리를 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다. ②욕을 하더라도 내 입만 더러워지므로 아베 총리에게 사과할 일은 아니다. ③나 따위가 욕해도 우리 외교관계에 별로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다. 씨X! @#$%&!!!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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