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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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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트윗, 한반도 군사 긴장을 바라보는 시선

등록 2013-04-17 10:31 수정 2020-05-03 04:27
의도는 추측하되 미래는 예단 말자해외 영화인들 “한반도 전시 상황” 방한 일정 취소
국지전 가능성도 배제 못하는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
957호 크로스 트윗

957호 크로스 트윗

지난주 목요일 애니메이션 의 시네토크 행사를 진행 했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해당 작품을 두고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이 행사에 는 당초 영화의 프로듀서인 마쓰오 에이지와 음악감독 다이 모토요시가 참석하기로 돼 있 었다. 제작사 STUDIO4°C에 대해 물어볼 것 이 많아 기대가 컸다.

그런데 행사를 이틀 남겨두고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았다. 남북 간 긴장 관계로 인해 한 국을 전시 상태로 간주, 위험 지역이라 판단 해 외무성이 제작사에 한국 출장을 만류했 다는 것이다. 프로듀서와 음악감독 모두 외 무성의 권고에 따라 방한 일정을 전면 취소 했다. 결국 행사를 혼자 진행하게 되었다. 내 심 조금 놀랐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이번 북핵 위 기를 실재하는 위협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도발은 잦았고 거짓말 일색이었으 며 위협의 논조는 언제나 강했다. 상식적인 대화 상대로 참아내기에 지나치게 예측 불가 한 존재였다. 흡사 1992년의 휴거 소동 이후 유사한 종말론이 제기되더라도 국내에선 해 외만큼의 반향을 얻지 못했던 것처럼 북핵 위기 또한 그랬다. 그러나 이번에는 확실히 흘러가는 양상이 다르다. 북한이 실제 전쟁 을 불사할 의지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는 합리 적인 추측이 가능하다.

상황을 진단하는 데 북한을 광인 정도로 인식하는 건 별 도움이 안 된다. 2년차에 접 어든 김정은 정권은 권력 안정화가 최우선 과제다. 김정은은 강한 모습을 보여 군부의 신뢰를 얻는 동시에 자멸할 위기에 빠진 국 가를 구제할 방법으로 강수를 선택했다.

김정은은 미국과의 수교와 대대적인 해외 투자 유치만이 유일한 활로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 별 매력이 없는 개성공 단을 포기한 건 예상할 수 있는 카드다. 북한 에 중국은 좋은 롤모델이다. 덩샤오핑의 개 혁·개방 정책을 공식화한 1978년 12월18일 중공 11기 3중 전회는 중국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회의다. 덩샤오핑은 이듬해 미국과 수 교를 맺었다. 김정은은 가능한 한 최대의 위 기를 초래한 다음, 미국·일본과 대화 창구 를 열어 핵무기 동결 및 기술 이전 금지와 경 제적 지원, 투자 카드를 맞교환할 공산이 크 다. 김정은은 자기 대에서 반드시 개혁·개방 을 실현해 북한의 덩샤오핑이 되고자 할 것 이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에서 도 국제적인 안보위기를 해결하고 북한과 수 교하는 건 과거 중국과의 수교만큼이나 중요 한 업적이 될 수 있다. 이같은 판단 아래 현 재의 대치 상황에 대한 더 많은 추측이 가능 하지만 과장된 음모론으로 전락할 수 있으니 지양하는 게 적절하다. 세상일이 그리 완전 하게 설명 가능한 체계와 계획된 단계에 의 해 굴러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문제는 북한이 얻으려는 것을 외부에 관철 하는 과정에서 산발적인 국지전이 벌어질 가 능성이 생각보다 높아 보인다는 데 있다. 김정 은이 아직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는 가정하에, 그의 비전이 어떻든 간에 관계없이 갈등이 고조되면 실질적인 충돌의 기회도 늘 어난다. 단 한 번의 국지전이라도 상당한 희 생자가 뒤따를 것이다. 국가의 존망을 건 북 한의 강수에 남북이 공히 살얼음판 가운데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과장된 음모론의 유희에 빠져들지도, 상황을 축소하거나 확대해석해 유언비어를 남발하지도 말아야 한다. 생각보 다 훨씬 중요하고, 위험한 시기다.

허지웅 영화평론가

부조리에 대처하는 심성의 리얼리즘

미디어의 위기감 조장에도 평온하기만 한 시민 일상
60년 정전체제가 빚은 냉소와 공포의 분열적 이중주
957호 크로스 트윗

957호 크로스 트윗

정전협정의 백지화를 선언하며 근 한 달 간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전쟁 선포설의 풍광은 어느덧 고물 카세트에 들어간 늘어 진 테이프처럼 지루하고 심지어 고즈넉하 다. 미사일 발사 준비라는 일촉즉발 순간 에도 남한 국민의 일상은 평온하고 무심하 며, 심지어 활기 넘치기까지 한다.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북한 고위층의 예의 전설적인 발언은 이제 “청와대를 불바다로 만들겠다”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 는 유사 위협으로 복제되지만, 양치기 소 년의 뻘짓거리처럼 도무지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이 정도 무관심이면 정말 전쟁이 나도 남한의 시민들은 마치 그것이 증강현 실 게임인 양, 대면하고 있는 현실의 스크 린을 로그오프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시민들의 일상과는 다르게 미디어 의 풍광은 분주하다. 보수언론과 종합편 성채널은 북한의 강경 조치들을 마치 전쟁 의 서막인 듯 비장하게 전하면서 북한의 조치 하나하나를 긴장감 있게 보도한다. 개성공단의 조업 중단이나 북한 미사일 발 사와 관련된 속보는 북한의 꼼수 전략을 간파한 것과는 무관하게 한반도를 깊은 냉전의 공간으로 회귀시켜버린다. 반면 진 보매체들은 북한의 전쟁 위협에 청와대와 정부가 강경 발언을 자제하고 남북이 대화 할 수 있는 논의의 물꼬를 먼저 터야 한다 는 주장을 견지한다. 북한이 미워도 전쟁 의 위협으로부터 한반도를 보호하자는 주 장은 이제 북한의 위기론에 대처하는 진 보매체들의 숙명적인 메시지가 되었다.

일상의 평온함과 미디어의 긴장감 사이 의 틈은 북한 체제를 바라보는 남한의 양 가적인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인 터넷 댓글에서 철없는 전쟁불사론을 심심 치 않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시민 들은 한반도 위협 국면에 내성이 생겨 실 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그 공포와 위험을 결코 체감할 수 없다. 시민들은 스 스로 탁월한 한반도 분석가가 되어 전쟁은 결코 일어날 수 없다고 말하지만, 미디어의 보도만 보고 있으면 전쟁은 바로 지금이라 도 날 것 같다. 한반도, 아니 적어도 남한 은 지금 ‘전쟁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와 ‘전쟁은 곧바로 일어날 수 있다’는 극단적 인 국면을 동시에 보유한 양가적이고 부조 리한 공간이 되었다. 구태여 냉전적 긴장감 을 가질 수도, 그렇다고 평화의 행복한 미 소를 지을 수도 없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 이다.

60년 동안 이어져온 전쟁도 아니고 종 전도 아닌 한반도의 실제 현실이 지금 북 한 위협론의 양가적 감정 상태의 근원이 다.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물 리적인 비무장지대가 아닌 바로 마음의 비 무장지대다. 비무장지대는 평화와 고요의 물리적 공간이기보다는 늘 우리 마음을 불 안하게 만드는 공포와 냉소의 양가적인 공 간이다. 비무장은 무장의 억압된 무의식이 다. 최근 대북 위기 국면에서 더 확연하게 드러난 고요와 공포의 공존은 한반도의 정 치적 딜레마이자, 남북의 거울 이미지요, 동포들의 제로섬게임을 표상하는 메타포 다. 비극적인 것은 이 양가적 분열증을 끝 낼 수 있는 비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 이다. 그러니 차선책이라도 잘난 우리가 먼 저 화해할 일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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