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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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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레알사전’

등록 2013-01-22 16:00 수정 2020-05-03 04:27

2주 연속 ‘부글링’을 하게 됐다. 부글링(boogling). 부글부글에 ‘-ing’를 붙인 말. ‘재수 없는 사람이나 사건을 보고 200자 원고지 8~9장 정도로 화를 낸다’는 뜻. 화가 조금 났을 때는 ‘보글링’을 하기도 함. 다른 매체에서는 볼 수 없는 과감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정확한 욕질로 ‘부글링한다’는 말이 일반명사처럼 통하지만, 강력한 부글링 기능이 특정인의 개인 비리와 개인 삽질 등 알려지지 않은 신상 비리를 ‘지나치게’ 노출하기도 함. 부글링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을 ‘부글러’라고 하는데, 기자 4명이 ‘부글로봇’ ‘보글봇’으로 일하며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음.

단어의 뜻을 새롭게 해석해주는 KBS ‘현대레알사전’ 코너가 인기다. 이동흡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사진)는 인기가 바닥이다. 이 글이 나갈 때쯤 물러났을지도…. 에이, 설마. ‘현대레알사전’에 빗대 ‘헌재레알사전’으로 부글링해보자.

법전에 나와 있는 단어의 의미를 모든 사람이 똑같이 느낄까요. 여러분에게 맞춰 바꿔드립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헌법이란? 아버지가 뒤집어 엎었던 것. 박 당선인에게 헌재란? 청와대 근처에 있는 것. 박 당선인에게 헌재 소장이란? 대구·경북(TK) 출신이면 아무나 시키는 것. 박 당선인에게 이동흡이란? TK 출신.

헌재에게 이동흡이란? 6년 동안 ‘흡사마’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사람. 헌재에게 흡사마란? 6년 더 흡사마로 불러야 할지도 모를 사람. 헌재에게 흡사마란? 합헌 제조기. 헌재 연구관들에게 책이란? 자기들도 썼지만 흡사마 이름만 나가는 것. 헌재에게 관용차란? 흡사마에게만 1대 더 내줬던 것. 헌재에게 흡사마란? 요일제 피하려고 관용차 1대 더 요구했던 사람. 다른 뜻은요? 넉 달 동안 자기 짐 맡겼던 사람.

나쁜 남자 ‘흡’에게 헌재란? 자기 짐 맡겨두는 곳. 개인 창고. 흡사마에게 헌재란? 관용차 1대 더 내주는 곳. 흡사마에게 삼성이란? 송년회 때 경품 주는 곳. 다른 뜻은요? 딸이 취직한 회사. 흡사마에게 군대란? 병사들은 책 읽으면 안 되지만 자기는 논문까지 썼던 곳. 흡사마에게 검찰이란? 골프장 예약 대신 해주는 곳. 흡사마에게 박 당선인이란? 같은 TK 출신. 흡사마에게 헌재 소장이란? 헌재에 짐 찾으러 가려 했던 이유.

시민들에게 헌재란? 대한민국 헌법보다 조선시대 경국대전을 더 좋아했던 곳. 시민들에게 흡사마란? 이런 사람도 있구나. 다른 뜻은요? 그럴 줄 알았다. 시민들에게 인사청문회란? 기억 안 난다고 하는 곳. 다른 뜻은요? 죄송하다고 말해놓고 그냥 들러붙는 곳.

그럼 헌재레알사전식 대화를 나눠보겠습니다. TK군요. 헌재 소장 하시면 되겠어요. 네, TK끼리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저만한 강경 보수도 흔치 않죠. 마침 짐을 찾으러 가야 했는데 잘됐어요. 6년 동안 짐 맡겨놓을 창고로 헌재만 한 곳이 없죠. 관용차도 2대씩 나오겠죠. 인사청문회에서 빠지면 재미없는 위장 전입, 증여세 탈루 의혹도 있어요. 헌법재판관 6년 동안 수입보다 2억원을 더 쓰는 재주도 있죠. 연봉 1억원, 6년 동안 6억원이나 예금을 불렸죠. 그러고도 지출이 2억원이나 많아요. 신기하죠. 게다가 자녀들은 국가가 이자를 지원하는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6679만원이나 받았어요. 아껴야 잘 살고, 여당 정치인에게 후원금도 내죠. 그런데 송년회 경품은 어디서…. 레알레알레알~.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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