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짜고짜 개새끼로 시작한다. 욕인 거 안다. 개새끼라는 말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올라 있다. 그러니 표준어다. ‘하는 짓이 얄밉거나 더럽고 됨됨이가 좋지 아니한 남자를 비속하게 이르는 말’. 비슷한 말은 개자식이다. 개의 새끼라는 뜻풀이는 올라 있지 않다. 그건 강아지가 되겠다. 그러니까 개새끼한테 강아지라고 부르면 그건 욕이 아니라 ‘귀요미’가 되는 거다. 개새끼한테 ‘이런 개자식!’이라고 욕을 한다고 치자. 뭔가 어깨를 거들먹거리며 말하는 1960~70년대 방화 느낌이 나지 욕이라는 느낌은 덜하다. 역시 개새끼한테는 개새끼라고 불러야 입에 짝짝 붙는다. 그런데 개새끼는 남자한테만 해당하는 말이었다니.
가수 지드래곤이 라는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그 새끼보다 내가 못한 게 뭐야’ ‘그 새끼는 너를 사랑하는 게 아냐’. 하긴 여자친구를 뺏겼는데 ‘그 사람’ 타령을 하고 있다면 그건 병신이지. 그럴 때는 그 새끼라고 불러야 옳다. ‘그 사람이 널 사랑하지 않게’는 이소라한테나 어울리지 지디가 부를 건 아니다. 새끼는 ‘낳은 지 얼마 안 되는 어린 짐승’ ‘자식을 낮잡아 이르는 말’ ‘어떤 사람을 욕하여 이르는 말’이다. 지드래곤 노래를 포털에서 검색하면 ‘그××’로 뜬다. 19금이 걸렸다. 별.
가수 심수봉은 을 불렀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새끼, 언제나 말이 없던 그 새끼, 고개를 떨구던 그때 그 새끼, 외로운 병실에서 기타를 쳐주던 새끼, 지금도 보고 싶은 그때 그 새끼, 이제는 잊어야 할 그때 그 새끼. 예전에 술집에서 흘러나오는 을 모조리 그 새끼로 바꿔 따라 불렀었다. 나름 재밌던데.
영화 을 봤다. 영화에서 그 새끼는 ‘그 사람’으로 통한다. 마지막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갈 때도 그 새끼는 ‘그 사람’으로 나온다. 대학에 다닐 때 역시 대학생이던 이세영 기자와 함께 서울 연희동에서 산 적이 있다. 그 새끼 집 근처였다. 사복경찰들이 골목마다 지키고 서 있었다. 좀도둑 없을 줄 알았다. 노트북 훔쳐갔다. 근처에 도둑놈이 살고 있어도 잡아가지 않으니 잡놈들이 설친 거다.
대선 후보 1차 토론회에서 단연 화제는 ‘다카키 마사오’였다. 일본 천황에게 ‘일사봉공’(一死奉公)했던 박정희의 일본 이름이다. 그게 곧바로 포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이걸 몰랐어? 모르는 사람 많았다. 같은 얘기 기사로 계속 써도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그러니 기자들한테 썼던 기사 또 쓴다고 욕하지 말란 얘기다.
예전에 ‘전노 체포조’가 있었다. 전두환·노태우를 잡겠다며 대학생들이 서울 연희동으로 몰려가고는 했다. 1학년 후배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형, 그런데 집은 알고 가는 거예요?” “아니, 몰라.” 어차피 경찰에 막혀 근처에도 가지 못하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였다. 절대반지에 다가갈수록 오크들이 많아지듯 전대머리 집이 가까워지면 경찰들도 많아지는 법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그 새끼한테 6억원을 받았다는 사실도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이걸 몰랐어? 모르는 사람 많다니까. 다카키 마사오가 박정희라는 사실도 모르는데 영화 속 그 새끼가 전두환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영화 보는 사람도 있겠지. 역시 그 사람보다는 그 새끼가 더 어울린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 뜻풀이로 보면 개새끼로도 성이 차지 않네. 젠장.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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