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마장동에서 한우를 먹었어요. 얼마 만에 먹는 한우인지 몰라요. 살치살이 입 안에서 살살 녹네요. 빛의 속도로 굽고, 뒤집고, 집어먹기를 거듭하다가…, 결국 탈이 났어요. 소들이 제 왕성한 식욕에 저주를 내렸나봐요. 큼지막한 다래끼가 나서, 지금도 팅팅 부은 눈으로 모니터를 게슴츠레 보고 있어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눈을 부여잡고 ‘부글부글’ 칼럼을 쓰고 있는 거죠. 그래요, 저 개그 하고 있는 거 맞아요.
얼마 전 저만큼이나 고기 좋아하는 분을 알게 됐어요. 그런데 이분, 횡성 한우도, 제주도 흑돼지도 아닌 ‘동해안 밍크고래’를 좋아하신대요.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얼마 전 포경 재개 정책을 밀어붙이며 “고래잡이는 울산 주변 지역의 숙원사업이고, 사람들이 고래고기를 좋아한다”는 ‘고래고기 대세론’을 주장했다죠. 장관님의 고기 사랑은 ‘블록버스터’급이에요. 포경 선언으로 전세계에 한국 사람이 고래고기 애호가인 것처럼 비치게 했으니까요. 대놓고 알린 건 지난 7월4일 파나마에서 열린 국제포경위원회(IWC) 총회였어요. 한국 정부 대표는 “북태평양 밍크고래 개체 수가 포경 금지 이전의 수준을 회복했지만, 고래가 그물에 걸리고 사람이 먹을 수산자원을 다량으로 먹어치워 제한적인 포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어요. 겉으론 ‘과학적 포경’을 내세웠다지만, 고래 수백 마리를 잡아 올릴 수 있는 포경선을 띄우겠다고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좀 궁색해 보여요.
그러나 장관님은 생각이 깊으신 분이에요. 포경 선언에는 엄청난 전략적 판단이 녹아 있거든요. 포경 선언 일주일 만에 우리나라 정부가 “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한 것도 사실 다 계획된 일인지 몰라요. 전세계가 우려의 목소리와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고, 우리나라 포경선을 타격하겠다는 국제 환경단체의 섬뜩한 경고까지 나온 탓에 우리나라 정부가 물러섰다고들 해요. 하지만 이 모든 건 장관님이 계획한 ‘꺾기도’ 신공이에요. ‘말장난을 통해 상대방을 공황 상태에 빠뜨린다’는 꺾기도의 정신을 받들어, 뜬금없는 포경 선언으로 곧 개막하는 런던올림픽에서 맞붙을 나라들을 긴장시킨 뒤 이를 번복해 상대방 국가의 맥을 풀리게 하려는 거죠. ‘포경(하려던) 국가 코리아’라는 우리나라의 존재감도 드러내고, 경기에서 맞붙은 선수들에게는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나라 출신’이라는 공포스러운 이미지도 키울 수 있고요. 이런 이유 말고는 사실 설명할 길이 없어요. 아니, 설명하기 민망해요.
장관님의 활약, 알수록 놀라워요. 지난 4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국내 검역 당국이 비상에 걸린 상황에서도 장관님의 혜안은 또다시 발휘됐어요. 장관님께서 직접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는 검역 시행장을 찾아가, 쇠고기 냄새를 맡으며 광우병이 아닌지를 가려내시려 했거든요. 이건 ‘킁킁’ 신공이에요. 검역 전문가들은 상상조차 못했죠. 검역 책임자인 장관이 ‘절대 후각’을 가진 능력자라는 점을 미국에 알려, ‘우리를 얕보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날리려고 했던 거예요. 장관님의 ‘꺾기도’와 ‘킁킁’ 신공 덕에 우리가 이처럼 평온하게 고기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칼럼을 쓰는 동안 다래끼는 왜 자꾸만 부어오를까요. 피노키오 코가 길어지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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