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다.
그럴 줄 알았다. 대통령의 사과는 없었다. 측근 비리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길게 말했다. “전 정말 가슴이 꽉 막힌다. 화가 날 때도 있다. 저는 가슴을 칠 때가 있다. 정말 밤잠을 설친다.” 그러니까, 화는 많이 났지만 죄송하지는 않다는 거다. 왜냐하면 당신 탓은 절대 아니니까. 그러니까, 기자회견장에서 성질만 열심히 냈다. 회견장에 모인 기자들도 어리둥절했나 보다. 청와대 참모가 가서 다시 물었다. 그거 사과 맞냐고. 대통령은 아예 역정을 내셨다. “내가 그토록 절박한 마음으로 말했는데, 그걸 못 믿겠다는 게 매우 아쉽다.” 설마 그렇게 말했느냐고? <동아일보> 2월23일치 4면 기사 내용이다. 대통령보다 더 절박한 국민은 대통령보다 더 아쉽다. 더 화난다.
뻔뻔하다.
그도 대통령 못잖다.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말이다. “이 정권이 끝난 뒤 상당히 빠른 시간 안에 우리 정권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올 것이다.” 설마 그렇게 말했느냐고. 지난 2월16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에 나서겠다며 한 말씀이다. 그는 “(이 대통령을 만나) 정권의 부채와 자산을 안고 승부해보겠다고 말했더니 이 대통령도 ‘선거는 나가면 꼭 이겨야 한다’고 격려해줬다”라고 말하셨다. 대통령이 대변인 하나는 참 잘 뽑았다. 죽이 척척 맞는다. 뻔뻔한 분들 더 있다. 줄줄이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용산 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전 경찰간부는 경북 경주에서 출마하겠다며 “(용산 참사 때) 강력한 법 집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신념엔 변함이 없다”라고 밝혔다. 비리와 인사 전횡 의혹을 줄줄이 받고 있는 전 국무차장은 “이명박 정부가 잘한 것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대구 지역구를 서성거린다. 누구도 사과는 안 했다.
‘뻥’이다.
747 공약 얘기다. 대통령의 약속이었다. 경제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을 이루겠다는 것이었다. 이걸 반으로 접으면 지난 4년 성적표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1%,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를 조금 웃돌았다. 경제 규모는 2007년 세계 14위에서 지난해 15위로 떨어졌다. 하나라도 건져내고 싶었나 보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다. “인구 5천만 명 이상 국가 가운데 1인당 GDP가 2만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한국 등 7개국뿐이다. 세계 7대 경제강국이 되겠다는 대선 공약에 다가섰다”고 자평했다. 에이, 설마 그렇게 말했겠냐고. 지난 2월23일 <매일경제> 5면에 나온 기사 내용이다. 그거 어렵지 않다. 747, 새로 만들면 된다. 경제성장률이 아니라, 사실은 청년실업률이었다. 지난 4년 동안 7.7%였다. 국민소득이 아니라, 사실은 물가상승률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물가 4% 뛰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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