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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장관’이로세~

[맛있는 뉴스] 부글부글/
등록 2011-04-14 10:39 수정 2020-05-03 04:26
기름값이 묘하다.

대통령의 말이다. 지식경제부 장관이 바로 나섰다. “회계사 출신인 내가 정유사 이익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겠다”라며 압박에 나섰다. 원칙이나 기준은 딱히 없어 보였다. “성의 표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의 두 번째 말이었다. 보통 영화에서 ‘깍두기’들이 남의 집 밥상을 발로 차면서 주로 하는 대사였다. 정유사들은 두 손 들었다. 기름값이 10% 떨어졌다. 뭐,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그 전에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나누자는 제안이 있었다. 한 장관이 나섰다. “애초부터 틀린 개념”이라고 말했다. 시장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 장관이 그 장관이다. 한 보수 언론에서 오히려 명확하게 정리했다. “경제철학의 차이가 아니다. 초과이익공유제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기했고, 기름값은 대통령이 제기한 차이가 있다.” 장관이 기름값보다 더 묘하다.

과학벨트는 기묘하다.

당최 모양을 알 수 없다. 분명히 하나였는데, 입을 타면서 나눠지고 쪼개지고 늘어난다. 거의 형이상학적이다. 어렵다. 대통령의 핵심 측근께서 정리하셨다. 그러니까, “과학벨트는 길게 늘어뜨리는 개념”이라고. 아, 하나 빠뜨렸다. “길게 ‘죽’ 늘어뜨리는 개념”이다. 그러니까 벨트는 도시가 아니고, 벨트니까 길게 잡아당겨도 된다는 말이다. 죽죽 늘어나, 대전을 찍고 광주 찍고 대구까지 돌아온다. 그렇다면 과학벨트가 아니라 혹시 과학트위스트? 과학고무줄? 국회의원들도 설명에 나섰다. “과학벨트를 3배 키워 3곳으로 나눠갖자”고. 3조5천억원 예산을 10조원으로 뻥튀기해서 지역구에서 골고루 나눠먹자는 얘기다. 영남 지역 31명, 호남 지역 18명 의원이 이런 내용을 담은 촉구안에 서명했단다. 그 이름들 모두 세 음절씩 꼭꼭 적어 올리고 싶은데, 지면이 부족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 명만 적자. 주도하는 이는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이다. 지역구는 대구광역시 북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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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기기묘묘하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왼쪽), 서상기 한나라당 국회의원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왼쪽), 서상기 한나라당 국회의원

검찰은 쌍용자동차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DNA 시료를 채취하겠다며 출석을 요구했단다. ‘흉악범죄’ 예방을 위해 지난해 제정된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라는 긴 이름의 법이 근거란다. 그러니까 쌍용자동차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흉악범이라는 말이다.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가 쌍용차 출신 노동자들을 만나고 있다. 쌍용자동차 구조조정의 대상이 됐던 노동자 가운데 80%가 우울증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잘리고 흉악범 취급까지 받으면서 맨정신을 유지하기 어디 쉽겠나. 노동자들의 복직과 치유를 기원할 뿐이다. 솔직히, 노동자보다 더 걱정되는 건 검찰이다. 원인도 없이 저렇게 아프다. 멀쩡한 사람을 흉악범 취급하는 정신 상태는 누가 치료해줄까. 정 전문의님, 이왕 일하시는 김에 우리 검찰도 좀 부탁하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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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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