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의 해가 밝았다. 경쟁업체의 밤빵 속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은 쥐는 아무 말이 없다. (찍)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우매한 인간들의 끝없는 경쟁이 만들어놓은 결과를 몸으로 보여준 것인가. 음모론이 난무한다. 경북, 경기, 강원, 인천, 충북 등 남단부터 시작된 소·돼지의 재난은 전 국토로 번지고 있다. 뒷북 행정에 농촌 전역이 소 무덤, 돼지 무덤이 될 판이다. 빵 속으로 들어간 쥐는 정체를 모르고, 땅속으로 들어가는 소·돼지 수는 끝을 모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닭·오리는 조류인플루엔자(AI)에 벌벌 떤다.
수상한 시절인데, 때아닌 코스프레(코스튬플레이·만화 속 주인공이나 인기 연예인을 흉내내는 것) 선언이 나왔다. 대상은 마징가도, 세일러문도, 인기 걸그룹도 아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다. 그 기발함에 ‘오타쿠’들도 입을 다물지 못한다. 도산 선생의 꿈을 대신 이루겠다는 선언. “완성되면 반대론자도 이해할 것입니다. 도산 선생의 꿈에 도전하는 긍지를 가지고 해야 합니다.”
도산 선생 코스프레 덕분인지 그분의 말씀은 결연하다. 거침없이 4대강 사업을 강산개조론과 등치시키고, 나아가 종교계 4대 종단을 ‘반대론자’로 몰아간다. 강산개조론은 그게 아니라고 해도 아랑곳없다. 그는 갯벌을 “오염된 흙”이라고 말하던 분 아닌가. 이러다가 도산 선생처럼 콧수염도 기를 기세다. 가죽 점퍼와 지하 벙커로 군필자 코스프레를 한 경험을 살린다면, 콧수염 정도야 문제될 것 없다. 문제는 코스프레의 결과다. “1년 안에 4대강을 파헤쳐 콘크리트로 각을 잡겠다”는 말은 건설사 사장의 엄포가 아니다. 11492389명이 선택한 우리나라 대통령의 말이다.
코스프레는 계속된다. 청계천 옆 광화문에 각 잡는 토건공사를 하더니, 한강 르네상스라며 강 사업을 했다. 언뜻 봐도 MB 코스프레다. “무상급식을 하면 저소득층의 급식비 지원금이 삭감될 것”이라고 말012한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알쏭달쏭한 말로 진지하다. 지나치게 결연한 표정도 닮았다. 부담스럽다. 말이 되든 안 되든 일단 밀어붙이는 말본새까지 닮았다. 2086127명이 서울시장으로 밀어올린 분이다. 이러다가 이번 기회에 군장병의 급식도 저소득층만 무료로 제공하자는 말이 나올 듯하다. 가난한 병장은 공짜로 짬밥 먹고, (면제받을 만큼의 수준은 안 돼 군대에 끌려온) 부유층 이병은 돈 내고 짬밥 먹는 군대, 그렇게 국방비를 아껴 나라를 지키는 군대가 진짜 군대가 되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코스프레는 지지자도 닮았다. 이분을 ‘어버이연합’에서 편든다. 무상급식안을 통과시키려는 서울시의회를 향해 “좌빨 나오라”며 드러눕는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 눈치 안 보고 밥 먹게 하겠다는데 어버이가 나서서 말린다. 이름하여 보수인데, 가족주의는 온데간데없다. 어버이연합의 어버이들에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은 공염불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의 코스프레는 어떤가. 요즘 2012년 대선 입후보 예정자라며 명함을 돌리는 분이다. 외모는 분명 박정희 코스프레다. 그런데 명함에 적힌 공약을 보면 뭔가 수상하다. 어버이연합에서 보면 “빨갱이”라며 난리를 쳐야 마땅하다. ‘결혼수당 1억원, 출산수당 3천만원, 60세 이상 노인수당 매월 70만원, 수능 폐지,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등록금 전액 지원.’ 허씨 성을 가진 정치가가 국가를 경영하겠다며 내건 이 공약들, 빵 터진다. 토끼의 해, 결혼수당·출산수당·노인수당에 주머니가 든든하고, 입시 부담 덜어 시험 감옥에서 벗어나고,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에 다닐 수 있다면, 그것은 최선이다. 하지만 안타깝다. 이 공약자는 IQ 430, 축지법, 공중부양, 외계와의 교신 등을 말한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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