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제품의 광고였는지는 모르겠는데, 하여간 광고 속 사내가 하도 정색을 하고 물어봐서 광고 카피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아마도 인켈 오디오 광고가 아니었을까 싶다. 내 기억 저편에서 적어도 십수 년은 잠자고 있었을 법한 광고 카피가 불현듯 떠오른 것은 “음향대포는 의사소통이 주기능”이라며 숨은 지식을 전파해주신 조현오 경찰청장 덕분이다. 처음에는 내 국어 실력이 퇴보한 건 아닌지 의심했다. 문장의 의미를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수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음향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조현오 청장은 대체 인간인가 오디오인가. 하긴 문학진 민주당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 똑같은 해명만 되풀이하는 그를 ‘녹음기’라고 비꼬았다는데, 녹음기라면 오디오의 사촌동생쯤 되는 것 아닌가. 한편으로는 내가 조현오 청장을 오해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반성도 했다. 떡볶이를 철근같이 씹어먹는다는 육봉달도 있는데, 음향대포로 의사소통을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음향대포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조현오 청장은 방귀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조 청장을 프로그램에 내보내야 하는 것인가, 그보다 하필이면 최고로 바쁜 마감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란 존재는 대체 인간인가 오디오인가, 하는 생각에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린 순간 나의 두 손은 이미 ‘방귀’와 ‘의사소통’을 주제어로 구글을 두드리고 있었다. 실제로 과학 잡지 를 보면 학계에서는 이미 물고기 가운데 청어가 방귀 소리를 의사소통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여기서 어떤 결론을 내리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실을 발견한 순간 나는 슬그머니 조현오 청장의 인물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게 되는 것이었다.
<font color="#008ABD">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믿고 싶다.</font>
조현오 청장이 예뻐서가 아니다. 어쩌면 그에게 필요한 것은 전 국민적 ‘조현오 골리기’가 아니라 격려와 믿음일지 모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그에 대한 비난이 가득했을 때 여당 국회의원까지 그의 사퇴를 요구했다. 소통 부재의 현실에서 음향대포로 화끈하게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음향대포의 유해성 논란과 관련해 그가 “나도 두 차례에 걸쳐 10m 떨어진 곳에서 최고 출력으로 (음향대포를) 들어본 적이 있다”며 펄쩍 뛰는 것도 믿고 싶다. 남들은 125db만 넘어가도 고막이 찢어지는 등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데, 그는 152db로 들어도 끄떡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남들에 앞서 본인이 직접 살신성인의 자세로 임했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문제는 그 장면을 본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여기 음향대포 논란을 한 번에 끝낼 아이디어가 있다. 조현오 청장 잡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날만 잡자. 육봉달이 떡볶이를 철근처럼 씹어먹듯, 최고 출력의 음향대포를 교향악처럼 감상하시는 청장님의 거룩한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 생중계를 부탁드린다.
<font color="#008ABD">‘성군기’란 무엇인가.</font>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 머나먼 이국땅 레바논의 동명부대에서 근무 중인 남녀 장교가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는 “파장이 예상된다”며 비상등을 켜고 있다. 기사를 찬찬히 읽어보면 군인인 남녀가 주로 늦은 밤이나 새벽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내용이다. 이적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근무지를 이탈한 것도 아니고 경계 근무를 소홀히 한 것도 아니라면 굳이 남녀의 애정 행각에 ‘성문란 사고’라는 제목을 붙일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남녀가 유별하며 군인은 24시간 적에 대한 경계 태세를 늦추지 말아야 하므로 ‘성군기’라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생각도 존중한다. 성군기 확립을 위한 좀더 확실한 대책도 있다. ‘군용 정조대’의 개발과 보급이다. 이것으로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신다면 특수 마스크나 헬멧 착용 의무화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 ‘남녀 군인이나 군무원 2명이 단독으로 사무실에 있을 경우 반드시 문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식의 지침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대책 아닌가.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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