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간다.”
수행자들이 산문을 걸어잠그고 여름 석 달 동안 용맹정진하는 ‘하안거’도 끝난 상황에서 느닷없는 ‘화두’가 누리꾼들의 골머리를 썩게 했다. 화두를 던진 인물은 김태호 거사. 인사청문회에서 ‘기억력 상실 신공’을 펼쳤던 그는 자신의 트위터(@hohodamo)를 통해 알 듯 모를 듯한 한마디를 던지며 ‘강호’에서 물러났다.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는 뜻이 담긴 이 발언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김용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염호충 같은 무림 고수가 던진 말이었다면 수긍이 갔을지도 모른다. 거짓말하다 사실상 쫓겨난 인사치곤 너무 거창했다. 마치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골목길 성명’을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누리꾼들 반응도 비슷했다. “맥주 맛도 모르면서…” 수준의 반응이다. 미투데이의 한 사용자는 노자 의 한 구절을 인용해 “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 엉성해 보이지만, 결코 그 그물을 빠져나가지 못한다(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灰灰 昭而不漏)는 구절이 더 잘 어울린다”고 꼬집었다.
뜻밖의 이유로 ‘다행’이라는 반응도 여럿 보였다. 동명이인인 문화방송 의 김태호 PD와 헷갈렸기 때문이다. “김태호가 PD 말하는 줄 알았어. ㅠㅠ 설마 없어지나 하고.” 그렇다. 국민에겐 총리보다 이 더 소중할지 모른다.
김태호 후보자에게 집중하다 ‘당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무사통과’했기 때문이다. “소장수 아들 내세운 쇼장수 MB의 조현오 밀기에 당했다” “김태호는 정형돈이다. 유재석만 띄워주고 자기는 못 웃기는 개그맨으로 찍혔다” 등의 분석이 우스개로만 들리진 않는다.
이정국 기자 한겨레 오피니언넷 부문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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